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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수족관 돌고래는 울고 있다
2017-04-12 07:26 사회

대형 수족관이나 생태체험관에 가면 종종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돌고래가 국내에서 최근 10년 사이 35마리나 폐사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대부분 자연적인 수명보다 훨씬 빨리 폐사하고 있는데요,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박지혜 기자가 집중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고등어 낚시터로 이름난 서귀포 앞바다.

뉘엇뉘엇 해가 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주인공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한꺼번에 40여 마리가 찾아와 먹이활동을 합니다.

[박지혜 기자]
"서귀포시 영락리 연안에서는 일몰과 일출 시간이 되면 고래가 무리를 지어 물 위로 뛰어오르거나, 주위를 맴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가운 식구도 눈에 띕니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방류된 춘삼이와 춘삼이의 새끼로 추정되는 어린 돌고래들입니다.

등 지느러미에는 방류 때 붙여놓은 2번이란 숫자가 선명합니다.

[조약골 / 핫핑크돌핀스 대표] 
“공연 하던 돌고래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서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새끼까지 낳아서 살고 있는 모습을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거예요.”

그러나 수족관 돌고래들의 운명은 대부분 춘삼이와는 다릅니다.

지난 2월 일본에서 반입된 9번 돌고래.

불과 5일 만에 폐사했는데 사인은 세균성 폐렴이었습니다.

[조약골 / 핫핑크돌핀스 대표] 
“(장거리 여행이) 큰 스트레스가 됐을 것으로 보이고, 좁은 수조에 갇혀있다 보니 면역력이 약화됐고…”

자연 상태의 돌고래 수명은 평균 30년 이상.

그러나 대부분 4살 이하 어린 상태로 이곳에 들어온 돌고래 중 6마리가 평균 1년 1개월 뒤에 폐사했습니다.

[최예용 /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죽어서야 자연의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인가, 감옥을 넘어 무덤이다."

수족관 돌고래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제주 지역 수족관에서 2년 전 태어난 돌고래 '바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하루 4~5차례의 공연을 합니다.

[조약골 / 핫핑크돌핀스 대표] 
“외국에서 돌고래 쇼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돌고래 쇼가 이뤄지고 있어서… 원치 않는 동작에 동원되는 거죠.”

여기에서는 개장 이후 27년 동안 무려 31마리가 폐사했습니다.

거제 지역 수족관에서도 돌고래 14마리가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동원됩니다.

[박지혜 기자] 
“이곳 수족관에는 돌고래를 직접 트레이닝 시키거나, 돌고래 두 마리를 붙잡고 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한 번에 6만원에서 20만 원을 내야할 만큼 고가입니다.”

공연에 익숙해진 돌고래들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합니다.

[김병엽 /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교수]  
“먹이를 던져주면 받아먹는 행동은 자연에서 있던 행동이 아니거든요. 먹이를 구걸하게 되고”

비좁은 수족관도 돌고래에게는 고문이나 다름 없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돌고래 세 마리당 최소 275㎡의 수조를 요구하지만 우리나라는 세 마리당 절반 정도 면적만 요구합니다.

환경부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
"연구용역을 맡겨서 사육 시설에 대한 용역 결과를 받아봤습니다. 자체적으로 밀어붙인 사항은 아니고…"

최근 10년 사이 전국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35마리에 달하며 대부분 반입한지 5년 안에 숨졌습니다.

그러나 생태체험을 위해 돌고래 수족관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수족관 대표]
"그런 논리면 동물원·수족관 다 없어져야 해요. 동물들 보면서 누군가는 행복해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꿈을 꾸기도 한단 말이죠. 순기능적인 역할도 분명히 하고 있는 거예요."

[고래 사육사]
"사육사들이 쉬지 않고 근무하면서, 야간에도 특별히 관리를 하고 있고, 혈액 검사나 위액 검사,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하고…"

수족관 돌고래를 당장 바다로 돌려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폐사하거나 돌고래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현실은 개선돼야 합니다.

채널A 뉴스 박지혜입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donga.com
영상취재 : 김민석 김건영 김덕룡
영상편집 : 김지윤
그래픽 : 성정우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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