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불상의 머리를 병원 CT로 촬영했더니 고려 시대의 불경이 숨어 있었습니다.

은가루로 쓴 국보급 불경이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인지 이다해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3D 컴퓨터 단층 촬영을 위해 의료기기 안에 들어간 것은 사람이 아닌 불상입니다.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돼 있는 건칠불좌상. 놀랍게도 머리에서 국보급 불경이 발견됐습니다.

고려 말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경으로, 은가루로 글씨를 썼고 병풍처럼 접혀진 절첩식입니다. 국내에 단 4점만 있는 희귀한 불경입니다.

이장계라는 불자와 그의 처 이씨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재액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귀한 불경이라 나중에 불상을 만들 때 불복장으로 보존한 겁니다.

[임석규 /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
"고려시대에 제작된 아주 고급스러운 (경전)…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국가(보물)지정 신청할 예정입니다."

불상 연구에 3D 컴퓨터 단층촬영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앞서 2005년 X레이 촬영으로 복장물을 관찰했지만 불상 훼손 위험이 있어 자세한 조사를 하지 못했습니다.

첨단 기술의 도입으로 숨겨졌던 문화유산 발견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다해입니다.

이다해 기자 cando@donga.com
영상취재: 정승호 심점식(스마트리포터)
영상편집: 최동훈
그래픽: 박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