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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훔친 국가 유공자…안타까운 사연
2017-06-23 19:42 사회

월드컵 열기가 뜨겁던 2002년 6월, 연평도 인근에서는 북한의 도발로 양측이 교전을 벌인 제2 연평해전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3년 앞서 비슷한 곳에서 제1연평해전이 일어났는데요,

당시 우리 해군의 승리에 기여한 참전 용사가 편의점 절도범 신세가 됐습니다.

불과 1천 8백 원 짜리 콜라를 훔치다 붙잡혔는데, 그 안타까운 사연을 박지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냉장고 옆에서 서성거리던 남성.

음료수 한 개를 몰래 주머니에 넣습니다.

그러나 빵 값만 내고 나가던 남성은 조금 뒤 직원에게 붙잡혔습니다.

[편의점 점장]
0224 “행색이 많이 초라했었죠, 거동도 불편하고, 돈도 제대로 못 꺼냈어요.”

그런데 경찰서로 붙잡혀 간 남성은 남북한 교전에 참전했던 군인이었습니다.

[박지혜 기자]
“이 편의점에서 돈이 모자라 음료수 한 병을 훔친 남성은 알고 보니 1999년 1차 연평해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조광석 씨였습니다.“

1999년 6월 15일 오전 연평도 인근에서 교전이 발생한 순간, 기관병이던 조씨는 전투배치 명령을 받고 갑판 위로 뛰어 올라갔습니다.

[조광석 / 제1연평해전 참전]
“총을 앞을 보고 쏴야 하는데 제가 겁이 나서요, 총을 위로 들고 쏘게 됐어요. 파편을 맞고 나서 '엎드리라고, 빨리'…"

교전 발생 얼마전 지병 때문에 수술을 받았던 조씨는 그 이후 수술 부위가 악화됐습니다.

결국 20번 넘게 재수술을 받은 끝에 의가사제대 했습니다.

[조광석 씨 여동생]
"해전을 겪고 난 다음에 돌아왔는데 그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폐 쪽으로 계속 염증이 파고 들어서 폐도 잘라내고."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은 실명했고 매일 고름을 빼내며 살고 있습니다.

트라우마까지 겪으며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하루하루 버티지 못하는 조씨.

국가유공자 연금을 받고 있지만, 사기를 당해 갚아나가는 돈과 고시원 방세를 빼면 20만 원으로 한달을 버텨야 합니다.

[조광석 / 제1연평해전 참전]
"빵만 먹으면 목이 메이니까, 근데 음료수 살 돈이 없었어요. 유공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했는데...후회스러워요."

[홍사엽 / 서울 강동경찰서 경미범죄심사위원]
"이런 분들은 사랑으로 좀 감싸서, 법에도 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경찰은 조씨를 선처하고 성금 2백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채널A 뉴스 박지혜입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donga.com
영상취재: 정승호
영상편집: 조성빈


[바로잡습니다]

채널A가 2017년 6월 23일 보도한 ‘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와 관련해
추가 확인한 결과 해당 인물인 조광석 씨는 국가유공자이긴 하지만 제1연평해전 당시 참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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