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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나는 사채왕과 판사에게 당했다”
2017-07-11 19:55 사회

명동 사채왕에게 뒷돈을 받아 구속된 판사 얘기 기억하시나요? 그 뒤엔 16년 마약사범 누명을 쓴 억울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변종국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택시기사 살해 누명을 쓰고. 살인범으로 살아온 주인공이 누명을 벗는 과정을 그린 영화.

[영화음]
"내가 법정에서 증명해 줄게. 너! 절대 살인범 아니라고"

과연 영화 속 만의 이야기일까요?

"무려 16년 이라는 시간 동안 누명을 쓴 채 전과자로 살아가고 있는 한 가장이 있습니다.

'나는 마약 사범이 아니라며 결백을 외치면서 말이죠.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현장음]
"(여기 오랜만에 오시죠?) 여기 문이 잠겼잖아. 하도 억울해서
(감옥에서)나와서 여길 찾아 왔었어."

사건 현장을 다시 찾은 50대 남성 A 씨.

사연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1년 12월 서울 방배동의 한 다방을 찾은 A 씨.

사기도박으로 수억 원을 날린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하자 도박단이 돈을 돌려준다며 불러낸 겁니다.

[A 씨 / 재심청구인]
"돈을 준다고 해서 나왔거든? 근데 사람이 없는 거야. 함정이라고 생각해서 나가려고 했더니. 가긴 어딜 가냐고 앉으라고. 나를 뒤로 팍 밀더라고.“

순식간에 벌어진 몸싸움.

A 씨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마약 조작 사건이 벌어집니다.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옆에 있던 여성 정모 씨가 A 씨 주머니에 마약을 몰래 넣습니다.

그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도착한 형사.

A씨를 경찰서로 연행하더니 갑자기 주머니에 손을 넣습니다.

[A 씨 / 재심청구인]
"손을 이 사람이 딱 집어넣더라고 ○형사가. 뭐를 쓱 꺼내. 종이를 딱 보더니. 왜 마약이 나와 이러는 거야 대뜸."

결국 구속 재판을 받은 A씨는 석달 동안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뒤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았습니다.

졸지에 마약사범인 된 겁니다.

이 사건을 꾸민 주도자는 일명 '명동 사채왕'이라 불리던 최모 씨였습니다.

취재진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명동 사채왕의 전 내연녀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명동 사채왕 전 내연녀]
"'시비를 붙여라' 그랬기 때문에, A 씨를 벽에다 밀쳐 놓고, 난리가 났어요. 정 여사가 담이 크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싸우는 척 하고 할 테니까 말리는 척 하고 (마약을) 집어넣으시오."

그런데 출소 후 실의에 빠져 살던 A 씨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가 찾아옵니다.

"마약을 집어넣었던 정 씨가 명동 사채왕과 사이가 틀어지자 2008년 검찰에 마약 사건을 조작했다는 진정을 낸 겁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2008년 수사 기록.

정 씨는 사채왕 최 씨의 지시로 주머니에 마약을 넣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최 씨가 A 씨의 호주머니에 몰래 마약을 넣으라고 지시했고 A 씨는 잘못이 없습니다.

"최 씨 스타일이 없는 죄도 만들어서 구속을 시키니까요. A 씨 사건도 솔직히 말해서 너무 억울하지 않습니까?"

뒤집힌 진술로 궁지에 몰리자 사채왕 최씨는 친척의 소개로 현직 판사를 찾아가 수억 원의 금품을 건넵니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하지만.

"명동 사채왕에게서 뇌물을 받은 현직 판사가 구속됐습니다"

또 한번 반전.

판사의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판사의 구속을 보며 용기를 얻은 A씨는 증거를 모아 재심을 신청고 법원은 올 초 재심결정을 했습니다.

[허윤 / A 씨 변호인]
"A씨 마약사건은 사채왕이 시켜서 자기가 마약을 심은 거라는 정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라고 보고. 재심 개시 결정에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삼은…"

그런데 A 씨는 사채왕 보다 경찰이 더 원망스럽다고 말합니다.

[A 씨 / 재심청구인]
"제일 나쁜 사람이 (출동한)형사. ○형사. 억울한 사람들 구해주고 피해본 사람들 구출해줘야 하는데, 돈 몇 푼 받아서 말이지 엉뚱한 사람 죄인으로 몰아서. ”

수사 기록에도 드러나 있는 사채왕과 경찰의 유착 정황.

(변호인 : 미리 최 씨가 경찰에 손을 다 써놓았다는 말을 들은 적 있나요?
정 씨: 네)

[명동 사채왕 전 내연녀]
"○형사가 계속 연락을 하더라고 어떻게 한다고 (사채왕) 하고 계속 연락을 해가지고 이 사람 구속이 되더라고.”

사채왕이 경찰을 폭행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명동 사채왕 전 내연녀] 
"(사채왕이) ○형사를 부르더니 XX 나를 (검찰에서) 불었냐고 개 패듯이 패버렸어요. 따귀를 때리고. (형사는) 맞고도 아무말도 못하고”

그렇다면 해당 형사는 정말 사건 조작에 가담한 걸까.

[○형사]
"(사채왕에게 맞으셨다고?) 전혀 없는 일이예요. (사채왕과 한 패였다고 주장하는데?) 그 당시에 그렇게 주장했는지 모르겠는데. 그건 참 오래된 것 같구요. 지나간 일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A 씨 / 재심청구인]
"(○ 형사 전화 온 적 없죠?) 내가 전화 한번 했었어. 양심에 가책을 못 느끼냐 했더니.나는 전혀 모르고 기억도 안 나고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떼더라고."

10여 년 동안 마약 전과자로 살아온 A씨.

[허윤 / A씨 변호인]
"1년에 몇 번씩 악몽을 꾼다고 하더라고요. 자다가 예전에 억울한 심정에…"

이제라도 자신의 억울함이 법정에서 깨끗이 가려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 김남준 최승희
영상취재 : 조승현 이기상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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