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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몸짱 유혹하는 독이 든 사과
2017-09-20 19:43 뉴스A

멋진 근육질 몸매를 만드는 이른바 '몸짱'열풍, 남성은 물론 여성들 사이에서도 불고 있는데요.

그러나 쉽게 근육을 키우고 싶은 욕심에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몸짱 대회현장에서 약물 주사기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위험한 몸짱 약물을 이다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가득찬 피트니스대회 현장.

남녀 선수들이 근육질 몸매를 자랑합니다.

대기 중인 무대 뒤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현장음]
"한 두달 (대회 준비)했습니다. 하루에 6시간."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순전히 운동만으로 근육을 키우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시각, 취재진은 화장실 휴지통에서 뭔가 수상한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내용물이 비어 있는 1회용 주사기였습니다.

도대체 누가, 왜 사용했을까.

취재진은 대학 약품 연구실에 성분분석을 의뢰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홍종기 / 경희대 약대 교수]
"다음과 같이 '에페드린'으로 밝혀졌습니다."

감기약의 주성분인 에페드린.

각성효과와 순간적인 체지방 감소효과가 있는 약물입니다.

에페드린은 주로 수술실에서 사용하며 일반인은 처방 없이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표적인 반 도핑 약물로도 꼽힙니다.

[홍종기 / 경희대 약대 교수]
"중추신경 각성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운동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일부 운동선수들이 불법적으로 투약하는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사설기관이 주최했기 때문에 별도의 약물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대회 관계자]
"주사기라는 건 누구든지 놓고 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쟁업체든 아니면 음해세력이 있어서 놓고 갈 수도 있고…"

[도핑방지 위원회 관계자]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는 약물이잖아요. 그걸 판매한 판매자를 처벌하는 경찰, 검찰측에서 수사를 해야하는 부분으로…"

그럼 이런 약물 사용은 특정인만의 문제일까.

취재진이 만난 현역 보디빌더 A씨는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불과 한달 전에도 약물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A씨 / 현직 보디빌더]
"아무래도 선수다 보니까 어느 정도 욕심 때문에 그렇게 했죠. 그 당시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육강화 약물은 호르몬의 일종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데 체내 단백질을 합성해 짧은 시간에 근육을 성장시킵니다.

그러나 약물의 유혹엔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릅니다.

탈모와 피부 질환, 성기능 장애는 물론 심하면 뇌경색과 심장질환까지 일으킵니다.

30년 가까이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던 해외 유명 보디빌더가 지난달 자택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강재헌 / 인제대 가정의학과 교수]
"이런 스테로이드를 투약함으로써 성호르몬의 균형이 깨짐으로써 예기치 못할 장기적인 부작용 역시 생길 수 있다는…"

이렇게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지만 약물의 유혹을 떨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B씨 / 전직 보디빌딩 선수]
"선의의 경쟁을 공정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많이 (도핑검사에) 걸려서 지금 위태위태해요"

더 큰 문제는 일반인들도 약물에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 낸 판매업자.

구매가 가능한지 물어보니 바로 보내줄 수 있다며 34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하얀색 상자가 취재진에게 도착했습니다.

[이다해 기자]
"약품이 담긴 택배입니다. 판매업자에게 접촉한지 불과 이틀 만에 받은건데요 겉이 차가운걸 보면 안에 아마 얼음팩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 열어보겠습니다.

스테로이드 알약인데요 100정이 들어있고요 성장호르몬 주사제도 있습니다.

총 10병인데요 모두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없는 약품입니다."

모두 식약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약품들입니다.

그러나 판매자를 처벌할 수는 있어도 구매자를 처벌할 순 없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구매자에 대해서는 약사법상 별도 처벌 규정이 없지만 소비자들도 부정 불량 제품에 경각심을 가지고 구매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집에 있는 간단한 기구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의 선구자 조성준 씨.

약물의 효과만 부각되고 부작용은 가려져 있다고 우려합니다.

[조성준 / 홈트레이닝 전문가]
"잠시 잠깐 큰 몸과 강해지는 힘을 가져보고 싶을 수는 있으나 그게 결국 자신 것이 아니거든요."

대다수 전문 선수와 동호인들은 정직한 운동과 관리로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틈을 파고드는 약물이 건전한 몸짱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다해입니다.

영상취재: 조승현 한효준 채희재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영상편집: 박형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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