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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실제론 5만 명…에이즈 환자, 하루 10명씩 증가”
2017-10-30 19:51 사회

최근 에이즈에 감염된 여성들이 다수의 남성과 성매매를 한 사건이 충격을 줬는데요.

우리나라의 에이즈 감염자는 공식적으로는 1만 명이 약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5배 정도 더 많은 5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도대체 왜 그런지 변종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10년 전.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게된 30대 남성 김모 씨.

[김모 씨 / 에이즈 감염자]
"몸에 여러가지 증상이 있었어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보건소 가서 (검사)했는데 양성이 나왔죠. 살고 싶지 않고. 거의 매일 술만 마셨던 것 같아요"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제만 받았을 뿐 그 이상의 관리는 받지 않았습니다.

[김모 씨 / HIV 바이러스 감염인]
"관리는 뭐 그냥 진짜 관리가 없어요. 약 하고 처방해주고 땡이고. 숨어서 뭘 하든 상관 없어요"

10년 넘게 약을 복용 중인 최모 씨도 마찬가집니다.

[최모 씨 / 에이즈 감염자]
"처음에 감염됐을 때 역학조사라고 하죠. 역학조사하고 끝이에요. 어떻게 관리를 하겠어요? 빨리 약 먹어라 이게 다예요."

이렇게 스스로 약을 복용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전염성도 많이 사라집니다.

문제는 이런 조치조차 하지 않는 익명의 감염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2008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감염 정보를 숨기거나 익명으로 검진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에이즈 검사를 해주는 보건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음]
(에이즈 검사를 받고 싶어서요.)
"이쪽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전혀 신원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현장음]
"(신분증 이런건 필요 없나요?) 익명이기 때문에 필요 없어요. 자기가 부끄러워 하잖아요. 그러니까 가명으로 하죠."

20분 만에 나온 결과, 빨간색 줄이 2개면 양성, 1개면 음성입니다.

[변종국 기자]
"익명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만약 에이즈 양성 반응이 나온다고 해도 제가 실명을 밝히지 않으면 국가가 에이즈 환자를 강제로 조사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보건소 관계자]
"전화로 하니까 오시라고 해도 안 오면 우리가 못하죠 안 오시는 분들도 있다니까."

우리나라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에이즈 감염자와 환자수는 1만 1,400여 명.

하지만,

[염안섭 / 수동연세요양병원장(에이즈 치료 전문)]
"에이즈 환자임을 모르고 국가가 관리 못하고 있는 사람이 4만 명 아래로 생각이 돼요. 만 명은 관리가 되고 4만 명은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고."

실제 에이즈 환자가 정부 통계의 5배에 이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감염자도 계속 늘어서 지난해엔 1천 1백 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3명 꼴로 증가하는 셈인데,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1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김모 씨 / 에이즈 감염자]
"자신이 에이즈 환자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거죠. 감염자인지 모르고 무분별한 성생활을 하고. 일단 검사 안한 사람이 너무 많고"

국내 외국인들은 아예 사각 지대에 방치돼 있습니다.

[보건당국 관계자]
"외국인 학생들도 양성 나오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유학와 가지고"

1985년에 등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에이즈 감염자도 외국인 교수였습니다.

에이즈는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감염 초기에 치료만 잘하면 30년까지도 살 수 있습니다.

[에이즈 감염자 부인]
"병원에서 관계해도 되고 아이도 낳을 수 있고. 또 약을 계속 먹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저희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을 한거고."

1년에 천만 원이 넘는 약값과 치료비도 모두 정부가 지원해줍니다.

그러나 최근 부산과 용인에선 에이즈 감염자임을 숨기거나 모르고 이뤄진 성 매매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당사자는 10대와 20대 여성이었습니다.

경찰은 성 매수 남성 가운데 5명을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5명 모두 성 매매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에이즈 검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
"(성매매)안했다고 하는 사람한테 강제로 (에이즈)검사 결과 받아 오라 할 수도 없고”

[김모 씨 / 에이즈 감염자]
"장담하는데 지금 엄청 많은 곳에서 (에이즈 환자 성매매가)일어나고 있겠죠. 안 드러나고 있을 뿐이지"

이런 얼굴없는 에이즈 감염자는 자신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채널에이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김남준
글 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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