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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대기업까지…‘벼룩의 간’ 빼먹기
2017-11-20 19:50 사회

실제 일한 시간과 다른게 서류상 근로시간을 교묘하게 줄여서 임금을 깎는 걸 이른바 '임금꺾기'라고 합니다.

특히 고용이 불안정한 청년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이런 임금꺾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김유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년 전 문을 연 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 대형 수족관으로 큰 인기입니다.

그런데 이곳의 아르바이트생 수십 명에게도 꿈과 희망의 공간일까?

지난 해 아쿠아리움에서 시급제 아르바이트를 했던 24살 여성 김모 씨.

손님 안내 업무를 했지만 돈을 제대로 다 받지 못했습니다.

이른바 '알바 임금꺾기'를 당한 겁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김씨는 오전 7시 38분에 출근했지만 당시 아르바이트 급여는 오전 9시 출근을 기준으로 지급됐습니다.
1시간 22분이나 '무료 봉사'를 한 꼴입니다.

김씨의 출퇴근 기록부는 실제 출퇴근과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김 씨 / 前 롯데 아쿠아리움 아르바이트생]
"퇴근을 못하는데 연장 처리 안 해 주려고 미리 퇴근 지문 인식을 찍고 와서 마저 하고. 50분이나 58분 만큼에 대한 시급은 날아가는 거예요."

김 씨가 당한 피해는 또 있습니다.

한두달 간격으로 고용 계약을 다시 하는 쪼개기 계약까지 당했습니다.

얼마든지 업체 마음대로 해고 할 수 있는 불공정 계약.

임금꺾기를 당해도 속앓이만 한 이유입니다.

[김 씨 / 前 롯데 아쿠아리움 아르바이트생]
"수정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꺼냈는데, '롯데의 지침이 마음에 안 들면 자기가 그만둬야지 어쩔 수 없잖아요' 이런 식으로."

롯데 측은 쪼개기 계약은 시정하겠지만 '임금꺾기'는 행위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롯데 아쿠아리움 관계자]
"본인이 직접 출퇴근기록부를 작성했고. '나는 1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쉬다 일하고 싶어' 해서 1시간 먼저 나올 수 있는 거고."

임금꺾기는 일부 기업만의 문제일까?

임금꺾기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진이 다른 업체에서 직접 일일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대형 놀이공원 푸드코트 주방보조 업무.

출근하자마자 먼지 가득한 지하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합니다.

위생 관련 교육이나 신분 확인은 없습니다.

식당 종사자가 발급받아야 하는 보건증도 확인하지 않습니다.

[현장음]
"(명찰 아무 이름이나 하면 돼요?)
네네, 보건증 있는 분 이름으로 명함 만들어놓은 거예요.
(아, 저희는 보건증 없으니까.)"

모집 당시에는 평균 7시간 근무를 약속했습니다.

[아르바이트 구인 업체]
"손님이 어느 정도 있느냐에 따라 달라서. 보통 6시간에서 7시간 정도. (6시간이면 일당이 4만 2천원 정도인가요?) 네, 그정도."

단체 손님이 몰려들면서 엉덩이 붙일 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썰물처럼 몰려나가자 불과 4시간 만에 업체 측은 갑자기 퇴근을 지시했습니다.

"평일은 단체가 왔다 빠지잖아요. 단체가 끝나고 거의 손님이 없는데 계속 (아르바이트랑) 같이 있을 수 없잖아요. (업체에서 어제 저녁에도 7시간 일할 수 있다고 말을 했었어요.)"

[김유림 기자]
"결과적으로 여기 와서 일한 게 한 4시간 반 정도 되는데 시급은 3.5시간. 그러니까 3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게 된 거죠."

[최기원 / 알바노조 대변인]
"사회적으로 너무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니까.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이익을 가로챈 거죠, 사실상."

프랜차이즈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업준비생 박모 씨.

"월급이 덜 나온 것 같다"고 힘들게 말을 꺼냈습니다.

점장은 박 씨에게 월급에서 유니폼과 앞치마 세탁비를 빼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박씨 / 임금꺾기 피해자]
너 일찍 퇴근한 적 있지 않냐, 그런 거 빼고 들어갔을 거다. 40대 남자가 소리지르면서 말을 하는데."

패스트푸드, 편의점 중 절반 이상이 계약과 다르게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시간이 단축하거나 임금을 다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최저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임금마저 빼앗아가는 '꺾기' 관행이 청년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연출 : 김지희
글 구성 : 지한결·이소연
공동취재 : 박세준·주간동아 기자
그래픽 : 김민수·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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