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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생존배낭 있으면 유비무환?
2017-11-23 19:48 사회

북한의 핵 위협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죠.

시중에는 핵폭발이 났을 경우 생존할 수 있는 갖가지 요령들이 나도는가 하면, 생존 배낭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체험해봤습니다.

황규락 기자의 더하는 뉴습니다.

[리포트]
"태평양 한가운데 폭탄을 터뜨리는 건..."

"추석 선물로 생존배낭이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황규락 기자]
"계속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긴장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겁을 먹어도 안 되겠죠.

그러나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핵 폭발이 일어나면 엄청난 열과 폭풍이 밀려옵니다.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5분.

시중에선 하수도 밑으로 내려가거나 1미터 넘게 구덩이를 파고 숨으라는 생존 요령들이 나돕니다.

과연 가능할까.

야전삽으로 땅을 파봤습니다.

15분이 지났지만... 30cm도 파기 벅찹니다.

큰 삽을 써봐도 마찬가집니다.

[황규락]
"제가 숨으려고 땅을 파봤는데요. 땅에 잔뿌리가 많고 돌도 많아서 파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누가 비상 상황인데 삽을 가지고 다니겠습니까."

하수도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맨홀 뚜껑을 들어올리는 건 혼자서는 역부족입니다.

[황규락 기자]
"삽으로 땅도 파보고 맨홀 뚜껑도 들어봤는데 빠른 시간 안에 몸을 피하기에는 비현실적인 방법 같아요. 그래서 주변 지형 지물을 이용해서 빠르게 몸을 숨길 수 있다면 이 방법이 더 현실적인 방법 같습니다."

핵 폭발 후 방사능 낙진을 피하려면 '72시간 골든 타임'이 중요합니다.

이 때의 필수품이 바로 생존 배낭.

[우승엽 / 도시재난전문가]
"3일 정도만 안전한 곳에서 버텨도 방사능 농도가 100분의 1, 보호 장구를 갖추면 활동할 수 있는 농도로 떨어집니다."

손전등과 비상 식량, 오염된 물을 맑게해주는 알약과 라디오까지,

이런 것들을 준비하는데 4만 원도 채 들지 않았습니다.

[김현탁 / 재난대비용품 가게 주인]
"지금은 평범한 시민분들이 준비를 많이 하세요. 필요성을 많이 느끼시겠죠. 요즘 같은 상황에서…"

준비한 생존 배낭을 매고 대피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정부가 지정한 대피소는 서울에만 3천2백여 곳.

하지만 문이 잠겨 있거나, 창문이 뚫려 있어 무용지물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황규락 기자]
"이곳은 서울의 한 터널입니다. 보시다시피 제 옆으로 차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는데요. 여기도 현재 대피소로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양옆으로 길이 뻥 뚫려 있기 때문에 사실상 방사능 낙진을 막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마침내 안전해 보이는대피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 정부의 안내 방송을 들으려면 라디오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황규락 기자]
"지금 보시다시피 라디오가 잘 안 터집니다. 아무 것도 안 들리는데요.

여기가 지하 4층이라서 라디오가 안 터지는 거 같은데 이러면 바깥소식을 알 수가 없거든요.

라디오가 먹통이니 마지막으로 의지할 건 정부가 만든 행동 요령 책자뿐.

담요로 추위를 버티며 전등 하나에 의지해 책을 펴봅니다.

[황규락 기자]
"비상시 국민행동요령을 담은 책인데요. '최대한 신속히 몸을 숨깁니다' 같이 원론적인 내용 밖에 없어요. 반면에 이 책은요 도쿄 도에서 발간한 재난대비용 책자입니다. '발은 어떻게 보호하는지', '탈수증상은 어떻게 방지하는지'도 있고 재난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딱 봐도 분명하게 갈리죠.

찬물로 불린 즉석 식량이 오늘의 유일한 식사.

이게 청계천에서 가져온 물이에요. 알약 살균제를 넣어서 먹을 수 없는 물을 먹을 수 있는 물로…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면서 길고 긴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황규락 기자]
드디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긴장이 좀 풀리네요. 실제로 체험해 보니 허술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이게 실제 핵 폭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하기까지 한데요.

지금부터라도 실질적인 대책과 매뉴얼을 마련하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채널A 뉴스 황규락입니다

황규락 기자 rocku@donga.com
연 출 : 윤순용 홍주형
그래픽 : 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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