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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더 빨리 더 높이 ‘바가지’ 올림픽
2017-12-06 19:52 사회

내년 2월 9일부터 17일간 전세계 90여개 나라 선수단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를 찾습니다.

그런데 주변 숙소들의 터무니없는 숙박요금 때문에 '바가지'올림픽이라는 오명을 쓰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올림픽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바가지 숙박 업소들의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이현수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약 두달 뒤면 동계종목 세계 최강자들이 모일 강원도 평창.

경기장 인근은 아직도 올림픽 열기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썰렁합니다.

그러나 숙박업소 안에서는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1. 하루에 170만 원?

올림픽슬로건처럼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요금을 올리고 있는 것.

[○○펜션 업주]
"조식 포함해서 하루에 54만 원이거든요. 그 기간은 특수기간이잖아요."

[△△모텔 직원]
"레스토랑있고 그런데는 40만 원 정도해요."

평소 10만 안팎인 가격의 네 다섯 배를 부르고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에 평창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직장인 이진경 씨는 경기 관람을 포기했습니다.

개인 예약은 안 받거나,

[A리조트 관계자]
"IOC조직위원회와 관계자들 투숙이 예정됐기때문에 죄송합니다만…"

계획했던 휴가비로는 감당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진경 / 회사원]
"40만원 이상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어서, 그럴 거면 KTX 타고 당일 왔다갔다하거나 집에서 TV로 봐야될 것 같다는…"

40만 원은 서울과 강릉 구간 KTX를 7번 왕복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일부 평창과 강릉지역 숙박업소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단체 손님, 또는 장기투숙이 아니면 예약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D호텔 관계자]
"일반인들 상대로 영업할 건지 그게 12월 중순쯤 돼야 결정될 것 같은데."

[C펜션 관계자]
"하루는 거의 어떻게 하지 못해요. 올림픽 기간에 (장기로) 쓴다든가, 아니면 일주일을 쓴다든가."

올림픽을 겨냥해 이달 완공을 목표로 공사중인 리조트.

인근의 다른 고급 리조트가 평일 하루 45만 수준인데도 이곳은 170만 원을 요구합니다.

2. 형편없는 숙박시설

[이현수 / 기자]
"비싼 가격 외 형편없는 시설도 문제입니다. 기본적인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외국인 장기투숙객을 기다리고 있는겁니다."

평창군 봉평면의 한 팬션.

1박 69만 원자리 6인실에 들어가보니 벽지는 찢어져 있고 식기 보관 상태도 엉망입니다.

[현장음]
"닦지도 않았어."

인근의 또 다른 팬션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이불 세트 4개가 전부인 6인실의 하루 숙박비가 50만 원입니다.

[H펜션 관계자]
"침구가 코리안 스타일이라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를 가봤습니다.

공용 화장실과 몸 하나 간신히 눕힐 수 있는 캡슐이 전부입니다.

[게스트하우스 관계자]
"올림픽 기간에 1인당 10만 원. 지금은 2만 원 하하하하. 우리 성수기 때 3만 5천 원에서 5만 원 받아요."

반응이 좋을리 없습니다.

[귀도 베스트만 / 독일]
"사람들이 이 캡슐박스에서 잔다고요? 정말입니까? 2만원 정도면 될 것 같은데요."

[알리 애벗 / 영국]
"그 돈을 내지 않을 겁니다, 속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취재진이 확인 15곳을 분류해보니 펜션은 1박에 40~ 50만 원대, 모텔은 20~30만 원대에 가격이 형성됐습니다. 웬만한 특급 호텔 수준입니다.

3. 외국인에겐 더 큰 바가지

외국인을 노린 바가지 상혼도 심각합니다.

외국인과 내국인에 따라 금액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중국인 여성과 예약을 시도해 봤습니다.

[기자]
"(얼마예요?)"
"2월9일은 객실 요금이 50만원입니다, 4인기준 방"

[중국인]
"(여보세요 예약?)"
"2월9일 4명이면 60만원이에요."

"더 큰 방은 69만 원."
"6명 있는 방은 80만원이에요."

[왕금봉 / 중국인]
"사람을 바보처럼 보는 거잖아요. 얕보는 거고. 이런 내용 알게되고 한국 가서 당하면 다음에 진짜 오고싶지 않다고 생각해요."

일정 가격 이하에는 빌려주지 않겠다며 버티는 업주들 때문에 평창,강릉지역 숙박 계약률은 아직도 26% 남짓에 불과합니다.

방은 남아 도는데 가격만 뛰는 이상한 상황.

[최웅 / 강릉원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강릉시민들이 자성을 스스로 해주셔야됩니다. 허겁지겁 나중에 방을 채우기 위해 오히려 더 나쁜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

강원도는 세무조사 카드로 요금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바가지요금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지만 요금인하를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올림픽 통합안내 콜센터 1330]
"강제를 한다기보다 저희가 숙식운영과 담당자에게 해당내용을 전달하면 그쪽 구청에서 그걸 받으셔서 그 이후에는 그쪽에서 처리를 하는…"

올림픽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할 걸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은 39만여 명.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됐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채널A뉴스 이현수입니다.

이현수 기자 soon@donga.com
연출 송민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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