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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밥 대신 정을 퍼드려요”…무료 급식소 이야기
2017-12-07 20:00 뉴스A

우리나라에 혼자 사는 독거노인은 150만 명에 달하는데요. 대부분 경제적 빈곤에 고단한 말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노인 빈곤층 비율이 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라는 부끄러운 기록도 갖고 있는데요.

정하니 기자가 이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에서 봉사하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한층 쌀쌀해진 이른 새벽. 급식소 앞에는 벌써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몇시부터 와 계셨어요?)

"다섯시 반."

(안 추우세요?)

"추워도 배가 고프니까 먹으러 왔지."

마침내 문이 열리고 급식 시작 까진 3시간 넘게 남았지만, 자리는 벌써 가득 찼습니다.

"저도 이 곳에서 어르신들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 드리려 합니다."

볶고, 썰고, 무치고...찜통에서 꺼낸 밥을 푸는 내내 팔이 저려옵니다.

"이렇게 많은 밥은 해본 적이 없어서"

마침내 시작된 배식. 따뜻한 밥 한 술을 들며 친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이 곳이 어르신들에겐 집보다 낫습니다.

[노옥자 / 서울 은평구]
"응, 맛있고 이야기하고 좋지. 자식 집도 못 가. 여기가 제일 편하다니까."

[이희영 / 인천 부평구]
"나는 어디 가는데 하나 없어 아는 데도 없고. 여기 한 군데. 우리 집이 인천이거든. 밥 먹고 아는 사람도 만나고. 이것도 안하면 뭐해.

몇몇 어르신들이 조용히 밥을 담아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김하은 / 대학생 자원봉사자]
'할머니 저희가 챙겨드릴께요' 해도 집에서 끓여드신다고 그러면 마음이 진짜 너무 아프더라고요.

밖에는 다음 배식을 기다리는 긴 줄이 다시 생겼습니다.

오늘 준비한 식사는 320명 분. 하지만 워낙 많은 어르신들이 몰려든 바람에 금새 동이 났습니다.

빈자리가 없다 이거지.

자원 봉사자들이 힘을 보탠다지만 일손은 늘 빠듯하고,

갈수록 줄어드는 후원도 걱정거립니다. 한 끼 3천 원 꼴인 급식 단가를 맞추는 것도 힘겹습니다. 십시일반 후원금을 놓고 가는 손길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습니다.

[후원자]
"조금만 할려구요.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서 어르신들." (어르신들 반찬 값으로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날, 거동이 불편해 급식소조차 찾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에 나섰습니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은 사람 하나 눕기도 좁은 쪽방. 이 곳에 살고 있는 74살 박병무 할아버지는 6.25때 부모를 여의고 막노동과 공장을 전전하며 홀로 살아왔습니다.

기초생활 생계비로 받는 월 49만 원이 수입의 전부, 방세 등을 빼고나면 세끼 끼니를 때우는 건 엄두도 못냅니다.

[박병무 / 서울 종로구]
"(오늘 식사하셨어요?) (첫끼 세요?) 언제 올까 종일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데..."

서울시에 등록된 노인 무료급식 대상자는 해마다 늘어 올해는 2만3천5백여 명에 달합니다.

미등록 시설까지 감안하면 3만 명 이상의 서울 노인들이 무료 급식에 의존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나 많지만 줄 수 있는 건 한정된 상황.

"이번 달엔 못줘도 다음 달엔 줘야돼."
(드리고 싶어요.)

도시락을 배달하며 밥수레는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누구에겐 대수롭지 않을 밥 한끼가 누구에겐 너무나 소중한 생명줄임을 다시금 깨닫은 시간이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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