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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소똥구리 1마리 1백만 원”…현상금 걸 만하네
2017-12-27 19:59 사회

소똥구리와 명태는 과거에 우리 곁에 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졌지요.

정부는 사라진 동물의 종 복원을 위해서 마리당 많게는 100만원까지 포상금까지 걸어 놓았습니다.

왜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변종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똥구리 두 마리가 소똥을 서로 굴리겠다며 맹렬히 덤벼듭니다.

과거 농촌에 흔했던 곤충 소똥구리.

하지만 1970년 이후 종적을 감췄습니다.

[김모 씨 / 축산업자 (강원 횡성군)]
"안 나와요. 소똥구리 없어요. 옛날에는 길가에 뭉쳐서 굴러다는 것이 더러 보였거든요? 지금은 안 나와요."

우리나라에 기록된 소똥구리는 모두 38종.

이중 소똥을 경단처럼 만들어 굴리는 종은 왕소똥구리와 수식어가 붙지않는 소똥구리 등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지금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소똥을 굴리지 않는 습성을 가진 '애기뿔 소똥구리'만 국내에 남아 있습니다.

흙을 걷어내자 둥그런 소똥이 나옵니다.

그 안에는 애기뿔 소똥구리 애벌레가 잠들어 있습니다.

[현장음]
"(냄새) 하나도 안 나요. 그냥 흙이에요 흙"

소똥구리는 가축의 배설물을 분해해 땅을 기름지게 하고

민간요법에서는 각종 염증 치료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강운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몸에 갖고 있는 강력한 항균물질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은 산업적으로 굉장히 활용 가치가 높고요. "

전문가들은 소똥구리가 사라진 이유로 먹이이자 서식장소 역할을 하는 소똥을 지목합니다.

[이강운 /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과거에는)자연스럽게 풀을 먹인 소의 똥을 먹었었는데, 지금은 입식사육이라고 곡물사료를 주고. 그 똥 자체가 이미 소똥구리가 먹을 수 있는 그런 종류가 아니에요."

[축사 관계자] 
"사료를 먹이고. 사료에 첨가제가 들어가기 때문에 소똥구리가 서식을 못하는 거죠."

환경부는 이렇게 사라진 소똥구리를 복원하기로 했습니다.

소똥구리 50마리를 살아서 들여오면 한마리당 1백만 원씩에 사겠다는 구매 공고를 냈습니다.

현재1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현상금이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한 뉴스 / 1981년]
"어부들은 13년 만의 대풍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성군 거진항에 들어오는 어획량은 하루 평균 100톤이 넘고 있습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명태가 그물을 가득 채우던 동해.

하지만 2000년대 부터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국산 명태는 우리 밥상에서 아예 사라졌습니다.

과거 명태어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강원도 고성.

[현장음]
"없어요. 한 마리도 없어요. 진짜 안나와요. 한참 됐어요."

[현장음]
"이건 전부다 냉동. 러시아 산이나 그런거지. 어차피 러시아에서 사오는 거예요."

2014년 정부는 명태 복원을 위해 50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결국 다음해 1월 알을 밴 명태가 잡혔습니다.

[변순규 /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
"자연 산란된 그 수정란을 확보함으로써 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겠구나."

어미로부터 알을 채취해 부화시킨 연구팀.

2015년 1만 5천 마리를 시작으로 올해 2차례, 치어 30만 마리를 동해로 돌려 보냈습니다.

[변종국 기자]
"여기있는 명태들이 부화한지 약 22개월이 된 어미 명태들입니다. 어미 명태들이 낳은 알을 부화시켜서 동해로 다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는 건데,

명태살리기 프로젝트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명태들입니다"

방류한 명태가 속초와 양양 일대 바다에 서식 중인 사실이 확인되면서 명태 복원의 희망은 한층 커졌습니다.

[변순규 / 동해수산연구소 연구사]
"방류했던 물고기하고 유전자가 일치하는 그런 결과를 얻었고요. (표지를 달아서)천 마리를 방류했는데 2017년 2월에 다시 또 한 마리가 재포획 됐습니다."

현상금 덕분에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전설의 어종을 잡기도 합니다.

1907년 발간된 연구서.

우리나라 연안에 바다뱀이 살고 있다고 기록돼 있었지만 사진 기록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런되 연구팀이 2014년 바다뱀에 100만 원의 현상금을 건 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김일훈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
"어민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하면서 바다뱀을 찾아 주십사… 소정의 사례를 하겠다는 식으로 연구를 시작했는데. 1년 정도 이후에는 바다뱀이 확인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바다뱀이 현상금을 걸자마자 2015년 처음 잡혔습니다.

알을 품은 넓은띠 큰바다뱀까지 발견되면서 바다뱀 증식 연구라는 예상 밖 수확도 얻었습니다.

[김일훈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
"알을 가지고 있는 암컷이 발견이 됐다는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 산란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물자원 확보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바로 2010년 채택된 나고야 의정서 때문.

특정 국가의 생물 유전자원을 이용해 다른 나라가 신약개발이나 화장품 개발 등으로 이익을 내면 이익의 일부를 나눠야 합니다.

[한동욱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본부장]
"우리나라의 해양 생물을 외국에서 이용을 한다. 거기에서 생기는 이윤을 우리가 공여 받게 되는 겁니다. 바다뱀에서 창출될 수 있는 부가가치를 우리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물 자원 확보가 곧 돈이 되는 시대.

멸종위기종 복원과 새로운 종 발굴에 나선 움직임은 한층 빨라지고 있습니다.

채널에이 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 송민
글 구성 :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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