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일장기 흔들며 일본군가 배웠다”…80년 전 여고생 ‘일기’
2018-01-03 20:04 사회

80년 전 일제강점기 시절 대구에 살던 한 여고생이 쓴 일기가 공개됐습니다.

일제의 우리 민족 말살과 전쟁의 참혹함이 소녀의 글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배유미 기자입니다.

[리포트]
1937년 5월 14일.

교장이 '지금부터는 달성 공원을 대구신사라고 하며 달성공원이라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훈화했습니다.

신사이니 놀이터처럼 행동하지 말라고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중일전쟁 당시 대구의 모습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한지 일주일, 1937년 7월 14일 '요즘 친구들이 전쟁이라는 것에 꽤 신경을 쓰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학교 안에 들어가니 왠지 소란스러워 못참을 정도였습니다' 전쟁의 두려움은 교실까지 닥쳐왔습니다.

전우의 노래와 일본육군가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배유미 기자]
"일제강점기 대구 시가지를 재현한 곳인데요,

소녀는 뒤로 보이는 대구역 앞에서 중일 전쟁에 나서는 병사를 거의 매일 봤다고 적었습니다."

이 일기장에는 1937년 2월 18일 부터 12월 12일까지 매일매일 그 날의 일들이 기록됐습니다.

일본어로 쓰여진 일기는 빨간도장이 찍혀 검열의 흔적도 보였습니다.

[김정학 / 대구교육박물관 설립 추진단장]
"얼마나 일본말을 썼느냐 얼마나 조선어를 썼느냐를 학교에서 계속 검사를 해서 슬프게 사육되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 대구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녔던 15살 소녀의 일기장엔 "무엇을 해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습니다"라는 짤막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채널A뉴스 배유미입니다.

배유미기자 yum@donga.com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박형기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