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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착한 준희는 왜 죽어야 했을까
2018-01-10 20:49 뉴스A

새싹같은 어린이들이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참혹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것도 '가정 내 학대' 때문인데요. 

은밀하게 자행되다보니 적발과 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 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2년 전 가을, 전남 목포의 한 빌라. 

매일 밤 이 곳에선 끔찍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스크림 사온 거 안 먹는다고 삼촌한테 혼났다." "삼촌이 베란다에 누우라고 하고 자전거를 배에 올려 놨다." "안 졸린데 자꾸 자라고 삼촌이 막대기로 때렸다." 

이런 무차별 폭행을 당한 끝에, 6살 A군은 안구 적출 수술까지 받았습니다. 

A군에게 이런 끔찍한 폭행을 일삼은 사람은 어머니의 동거남 이씨. 

이씨는 자신도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게 맞았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결국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상희 / 피해 아동 측 변호사] 
"자신도 아동학대의 피해자였고, 지금은 너무 후회한다. 재판정에서 울기도 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주 고준희 양이 숨진 집 앞. 

문 앞에는 비정한 아버지가 만들어준 장난감들이 아직도 진열돼 있습니다. 

2남 1녀의 행복한 가정이었던 준희 네, 

하지만 아버지가 내연녀와 살림을 차리면서, 이 행복은 파탄났습니다. 

[故 고준희 양 외할아버지] 
"(내연녀) 자식 뒷바라지 하려니까 이제 우리 애들한테는 못 하겠다, 이거죠. (준희 엄마가) 애들 셋 키우면서 돈은 없지, 집은 다 경매로 들어갔지." 

준희 양은 아버지와 내연녀 손에 맡겨진 지 석달 만에 숨졌습니다. 

아버지와 내연녀가 한 거짓 실종 신고가 들통나기까지 누구도 준희의 행방을 몰랐습니다. 

아동 학대 10건 가운데 8건은 친부모가 저지릅니다. 

대부분 집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학교에 다니지 않는 7살 미만 어린이들의 학대는 거의 알 수 없습니다. 

지난 2016년 아동 학대로 숨진 36명 중 28명이 7살 미만 어린이들이었습니다. 

학대로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은 직접 그린 그림에도 잘 나타납니다. 

몽둥이와 주먹으로 아이를 때리는 부모. 

자기 얼굴에는 눈코입도 그리지 못하고 얼굴 전체를 까맣게 칠했습니다. 

[조영숙 / 바움 심리상담센터장] 
"불안감을 너무 많이 갖고 있어요. 우울하기도 하고 불안하고." 

하지만 어린이들은 부모에게 학대받은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합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곧 '생존'이기 때문입니다. 

[조영숙 / 바움 심리상담센터장] 
"'내 부모인데, 내가 누구하고 앞으로 살아야 하지'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어린이 답지 않게. '처벌하지 말아주세요', 아니면 거짓말로 '때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말하게 되는 거예요." 

2년 전, 계모에게 학대당하다 숨진 평택의 원영이. 

사건 직후 정부는 취학 전 아동 학대를 막겠다며 줄줄이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이유 없이 이틀 이상 결석하면 교직원은 가정 방문을 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고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이 대책 자체가 유명무실해졌습니다. 

한술 더 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아예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故 고준희 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관계자] 
"준희 예뻤어요. 말 하면 잘 듣고. 한 달 다녔다가 치료한다고 안 다녔어요. " 

아동 학대 전담 경찰관이 학대 의심 가정을 찾아가 확인하는 제도도 마련됐지만, 대다수 부모가 비협조적입니다. 

[이성규 / 서울 마포서 학대전담경찰관] 
"'우리 가정에 간섭하지 말라, 큰 사건도 많은데 거기 신경 안 쓰고 왜 우리집에 와서 작은 일에 신경 쓰냐.' 사회적으로 아동학대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정부는 오는 3월부터는 예방 접종이나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 학대 여부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지난 두 달 간 서울, 경기 지역 시범 사업 결과 위기 아동 200여 명이 드러났고 이 중 일부에 대해서는 실제 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장화정 /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 
"핀란드의 경우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초등학교 6학년 다니는 동안까지 수시로 점검하는 분이 들어가서 점검을" 

학대받은 아이들이 모여사는 그룹 홈에 가봤습니다. 

부모의 폭력을 피해 여기까지 왔지만 아이들의 꿈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룹홈 센터장] 
"가장 희한한 게 뭐냐면 분명히 내가 학대를 당했잖아요, 아이들 안에 '집에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그래요." 

이 아이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고, 참혹한 아동 학대를 뿌리뽑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절실한 싯점입니다. 

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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