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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흔적 없이 사라진 아이들 ‘침묵의 SOS’
2018-02-07 19:53 뉴스A

태어난 기록만 있고 이후엔 아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어린이가 있습니다. 무려 7년 간 실종 상태였던 겁니다.

무관심 속에 철저히 방치된 이 아이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울산의 한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입학 예정인 85명 중 한명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울산 ○○초등학교 관계자]
"예비소집일에 날에 안 와서. 아예 안 왔으니까."

학교 측든 주소조차 몰라 취학 통지서도 보내지 못했습니다.

7살 김 모군은 어디 있는 걸까.

2011년 4월 아이 엄마인 김 모씨가 작성해 주민센터에 제출한 출생 신고서입니다. 아버지 이름은 비어있고, 김군은 엄마의 성을 따랐습니다.

이후 김군이 건강 검진이나 예방 접종을 받은 기록은 전혀 없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닌 기록도, 매달 받을 수 있는 양육 수당을 신청한 기록도 없습니다.

[전종연 / 울산 중부경찰서 여청수사팀장]
"태어난 해에 잠시 치료한 근거는 그 해에만 있었고 그 이후 6년 사이에는 치료한 근거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실종 수사의 베테랑인 전문가와 함께 김군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먼저 아이가 태어난 직후 살았다는 집,

[김유림 / 기자]
"아니, 주소상은 이 일대인데 이 집이 없어요 아예."

출생 신고서에 적힌 집은 6년 전에 철거됐고, 그 자리에는 새 빌라가 들어섰습니다.

[울산 ○○동 주민]
"(7년 전 ○○○번지 살던 사람을 찾는데) 나는 여기 7년 안 됐어요."

[이건수 /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
"시간이 많이 경과될수록 증거 자료 확보가 어렵거든요. 7년 정도 지나면 증거가 없어질 뿐더러 알리바이도 만들어질거고."

아이 엄마의 가족들을 겨우 찾았지만, 김군은 안다는 사람은 없습니다.

[김 군 친척]
"00이라는 애 말씀하시는 거예요? 전혀 본 적 없어요."

[김 군 친척]
"(김 군 엄마랑) 연락 한 지는 오래 됐어요. 몇 년 됐는지 몰라요. 한 번 전화가 왔어요. 내가 뭐라 했거든."

엄마 김 모씨도 모든 흔적을 지운채 연락이 끊긴 상황. 경찰은 아이의 불법 유기나 사망 가능성을 수사하기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벽에 부딪혔습니다.

[전종연 / 울산 중부경찰서 여청수사팀장]
"7년이라는 공백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소재 수사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가족들도 생사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김유림 기자]
"사라져 버린 7살 남자아이. 취재진은 아이를 기억하는 사람은커녕 사진 한 장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7년 동안, 이 아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던 걸까요?"

아이가 살던 집 주소는 오래 전에 말소됐고 전출한 기록도 찾을 수 없습니다.

[울산 ○○동 주민센터 관계자]
"(실종 신고를 안 하시는지) 동사무소에서 따로 그런 거는. 여기서 찾을 수가 없죠.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김군은 건강 검진이나 예방 접종을 전혀 받지 않았지만, 관할 보건소는 보호자에게 연락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부모들 중) 예방접종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요. 강제적으로 조사하고 확인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결국 아이는 주변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무려 7년 간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강지영 /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
"학대가 일어난 후, 사망한 후에 개입하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일찍 개입하고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영유아 건강 검진과 예방 접종을 안 받거나 어린이집에 장기 결석한 아이들을 찾아내 관리하겠다는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데도,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집을 다 찾아가야 하잖아요. 읍면동 단위는 3천 100개거든요. (담당자) 한 명 씩만 해도 3천 100명 필요해요 위기 아동 전담 인력이."

국회 교육과학문화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 아이들이 법적 사각 지대에 방치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김병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방자치단체가 1차적으로 소재파악에 나서야 하고요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에는 경찰에 하루 빨리 신고해서 아이들의 소재가 파악되는 그런 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듣지 못했던 실종 아동들의 소리없는 외침, 제2, 제3의 피해를 하루빨리 막아야 겠습니다.

[전종연 / 울산 중부경찰서 여청수사팀장]
"제 아이를 찾는 심정으로 열심히 찾아서 입학을 해서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김남준
글구성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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