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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10초면 끊는 전자발찌에 ‘코웃음’
2018-02-19 19:49 뉴스A

성범죄자가 차는 전자발찌를 찬 채로 저지르는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실제 취재해 봤더니 전자발찌를 10초면 끊어버릴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정하니 기자가 <더깊은 뉴스>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후약방문 전자발찌...끊임없는 재범]

지난달 3일, 경기도의 한 미용실.

여직원이 남자 손님의 염색을 하다 세면장으로 들어갑니다.

쫓아들어간 남성은 성폭행을 시도했고, 여직원이 반항하자 마구 때리기 시작합니다.

남성은 옆에 있던 화분에서 돌을 꺼내 여직원의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습니다.

10분 넘게 이어진 끔찍한 폭행에 여직원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됐습니다.

결국, 남성은 여직원의 손발을 묶고 달아났습니다.

여직원 A씨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A씨 / 피해자]
"남자만 봐도 무섭고 떨리고 너무 공포스러워서…"

남성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였습니다.

남성은 범행 직후 보호 관찰관에게 자수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전자발찌를 관리 감독하는 법무부 보호관찰소는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A씨 / 피해자]
"제가 피해를 입는 당시에도 법무부에서는 모르고 있었고 그 사람이 법무부에 전화를 하기 전까지도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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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의 한 상가.

달아나는 20대 남녀를 흉기를 든 남성이 쫓아갑니다.

상가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할뻔 했던 여성과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행인 B씨입니다.

[B씨 / 목격자]
"(여자가) 도망나왔는데 여기서 잡힌거에요 남자한테. 여자가 누워있었고 남자가 끌고 가려고 일으켜 세우고 있었고. 그때 딱 제가 온거에요. (제지하려 하자) 칼로 찌른거죠. 세번 찔렸는데."

피의자가 전자발찌 착용자라는 사실은 경찰에 체포된 뒤 밝혀졌습니다.

[라병권 /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강력 1팀장]
"검거하는 과정에서 몸을 수색해 보니까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던 거에요. 우리가 잡아서 (보호관찰소에) 연락을 해줬죠."

전자발찌 시행 10년째를 맞았지만 착용자의 재범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년째 전자발찌를 차고있는 C 씨는 전자발찌의 '취약성'을 지적합니다.

[C 씨 / 전자발찌 부착자]
"이거 여기서 10초면 끊어버려요. 10초면. 이게 (위치추적장치가) 떨어져 있으면 15분~20분 정도 지나야지 (관제센터에서) 전화가 오거든. 못찾는다니까.


전자발찌 착용자를 24시간 감시하는 법무부 위치추적 관제센터를 찾았습니다.

[윤현봉 /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보호사무관]
"(전자발찌 착용자가)어디에 있는지를 저희가 확인할 수 있고요. 이동 경로도 확인할 수 있고요. 어린이집이 출입금지 구역인데요. 들어갈 경우에는 이렇게 경보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경보를 일일이 살펴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장음](실제 상황 재현)
 "여보세요. 네 관제센터입니다. 지금 나오시면서 휴대 장치를 놓고 나오신거 같은데요. 댁으로 빨리 가십시오. 얼마나 걸려요 지금 바로."

이런 경보는 하루 만건 넘게 울리고, 직원 한명이 천 2백 건의 경보를 처리합니다.

실효성있는 감시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한상경 /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제사무관]
"경보처리 하는 것만 해도 물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요. 범죄를 예방하는게 아니고 사건이 발생하면
그때가서야 움직일 수 있는…"

따라서, 관제센터가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경찰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동규 /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
"그 데이터와 순찰차량에 있는 데이터가 서로 왔다 갔다 할 수 있게끔만 우리가 시스템적으로 보완만 해놓으면…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순찰차량이 한번이라도 등장을 해주면."

보호 관찰관의 1대1 관리가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수정 /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
"전자감독은 수단일 뿐이고 사실은 부모 노릇을 하는 보호관찰관이 필요한데. 아주 타이트한 사적인 관계를 맺는게 또다른 (범죄를) 억제하는 데 매우 중요한…"

그러나 보호관찰관도 제 역할을 하기가 버겁습니다.

[김영배 / 서울보호관찰소 특정범죄자관리과장]
"전국적으로 직원 1인당 19명 정도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에 대한 밀착 지도 감독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

법무부는 5세대 전자발찌를 올 하반기에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쉽게 잘라낼 수 없게 두꺼워지고, 분리돼 있던 위치추적장치가 내장될 뿐, 체온, 맥박, 알코올 농도 같은 생체 정보 수집 기능은 인권 침해 논란 끝에 보류됐습니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제 2, 제 3의 피해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정하니 기자 honeyjung@donga.com

연 출 : 이민경
글구성 : 전다정 김대원
그래픽 :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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