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깊은뉴스]병원과 항공사 ‘군대 뺨치는 서열’
[채널A] 2018-02-26 20:00 뉴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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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태워버린다'는 뜻의 새내기 간호사 교육 방식 '태움'.

이 문화를 견디지 못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항공사에도 '시니어리티'라는 군대 못지 않는 서열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화단.

입사한 지 5개월 된 간호사 박 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경비원 / 목격자]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심장이 안 뛰더라니까. 119 와서 바로 사망했다고 하더라고."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장에 들어간 새내기가 왜 이런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박 씨 가족들은 선배들의 태움 문화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가혹한 도제식 교육이 '영혼까지 태워버린다'는 태움.

하지만, 병원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서울 A 병원 관계자]
"(지목된 선배 간호사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휴가를 내고 쉬고 있는 중입니다.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부분도 정확하게 조사를 하고 있고."

숨진 박 씨의 동료였던 전직 간호사 B씨도 태움의 피해자였다고 고백합니다.

[B씨 / 전 서울 A 병원 간호사]
"그 상황 자체가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고 아는 것도 다 잊어버리게 만들고.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하는데 눈빛만 봐도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구나.“

대형 종합 병원 응급실에서 9달간 간호사로 근무했던 유모 씨.

유 씨는 쇠로 만든 차트까지 폭행에 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유모 씨 / 전직 간호사]
"(수액을) 던지고 차트로 머리 (내리치면서) '내가 제대로 하라고 했지?' 환자분이 말릴 정도였으니까"

[박건영 기자]
"한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2명 중 한 명은 태움, 즉 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고 밝혔습니다.

과도한 폭언이나 폭행으로 인해,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퇴사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6개월 차 간호사인 이모 씨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모 씨 / C 병원 신입 간호사]
"수액이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실수로 잘못 봤어요. 그러면 '이게 맞는 거냐' 잘못된 수액을 바닥으로 던진다거나 처치대에 던진다거나…"

이 씨의 정신 상태는 어떨까.

[현장음]
“스트레스들이 얼마만큼 있는지 그림을 하나 그려보도록 할게요. 집에 대해서 한번 그려보시겠어요?“

나무도 꽃도 하나 없는 창문만 가득한 건물.

정신과 전문의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진단합니다.

[이경민 / 정신과 전문의]
"(내가) 아래쪽에서 일을 감당하고 있는데 잘 하고 있나 여러 가지 걱정이 있는 상태…“

태움은 한국 의료계에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10년 차 현직 간호사 이모 씨는 후배에 대한 어느 정도의 태움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모 씨 / 10년 차 간호사]
“병원이라는 데가 생명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 하나 때문에 이 환자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걸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항공사 승무원들 사이에선 서열 잡기, 이른바 '시니어리티'가 엄격합니다.

8년 차 스튜어디스인 오 모 씨는 '시니어리티'에 시달렸던 신입 시절이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오모 씨 / 국내 항공사 승무원]
"4~5살이 어려도 선배잖아요. 무조건 '언니'. 또 사무장님 취향에 따라서 쇼핑을 해야 해요. 다 사야 하는 거예요. 쇼핑백 다 들고 다녀야 하고.”

퇴직한 스튜어디스 이 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이모 씨 / 전직 국내 항공사 승무원]
“커튼 치라고 그러고 안에서 말로 (욕을 하거나)… 뺨을 맞았다거나. 비행 내내 혼을 내고도 (해외에 가서) 호텔 방을 쓰면서
치킨 같은 거 시켜놓고 네가 내라는 식으로."

시니어리티가 싫어서 아예 외국 항공사를 택한 승무원도 있습니다.

[박은진 / 전직 외항사 승무원]
“(국내는) 시니어를 떠받들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해요. 너무 선배들이 힘들게 하니까 병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프랑스와 호주, 캐나다, 스웨덴은 태움이나 시니어리티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아예 법률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처벌 조항 자체가 없습니다.

[한정애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내가 민형사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내용으로 2016년에 법안을 내긴 했는데요. 아직 논의조차 시작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저런 핑계 속에 대물림 되고있는 태움과 시니어리티.

결국, 죽음까지 부른 이 악습을 이제는 태워버려야 할 때라는 외침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악순환되는 대물림이죠."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천종석
글·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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