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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거리의 우렁각시’ 환경미화원 24시
2018-03-01 19:56 뉴스A

하루도 쉬지 않고 남들이 자는 시간에 밖에서 일을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환경미화원들이 바로 그런 일을 하는 분들이죠. 고된 일 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도사리는 환경미화원의 2박 3일을 체험해보았습니다.

황규락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쓰레기 수거차량을 정비하던 50대 구청직원이 장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칼날도 많아요. 일하다 보면. 부엌칼도 나온다고. 일하다 보면 손이 찢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황규락 기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거리의 쓰레기들과 환경미화원들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요. 곳곳에 어려움 투성이지만 새벽에 일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시각,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작업 준비를 시작합니다. 안전을 위한 형광색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와 장갑을 챙긴 뒤, 칼바람 속으로 나섭니다.

먼저,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한데 모읍니다. 비닐과 박스, 휴지와 일회용 컵, 온갖 잡동사니가 섞여 있습니다. 1시간 쯤 지나자,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오지만 잠시도 쉴틈이 없습니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깨진 유리병은 복병이나 다름 없습니다.

손이 찢어질수도 있어요.
(아 유리병 때문에요.)

쓰레기를 싣는 작업도 고역입니다.

뛰고, 뛰고, 또 뛰고...

사정없이 달리는 청소차를 따라가느라, 난데없는 마라톤이 시작됩니다.

[현장음]
"환경미화원 분들이 왜 체력단련을 입사 시험으로 보시는 지 알겠네요. 진짜 힘들어."

40분 만에 1톤짜리 청소차가 쓰레기로 가득찼습니다. 곧바로 향하는 쓰레기 집하장. 하루 열번도 넘게 오가는 집하장엔 순식간에 쓰레기 산이 생겼습니다.

[황규락 기자]
"지금 여기에 이 동네 쓰레기들이 다 모이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면 시작한지 두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이만큼 쌓였거든요. 아침이 되면 제가 서있는 여기까지 쓰레기가 온다고 하니까. 정말 어마어마한…"

미화 작업의 불청객은 '무단 투기'입니다. 금지 표지판 앞에 버젓이 쌓인 쓰레기는 실종된 시민 의식의 맨얼굴입니다.

[현장음]
"가위도 나왔어… 위험하지 이거…"

하지만, 무단 투기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황규락 기자]
"불과 3시간 전에 여기를 깨끗이 치우고 갔는데요. 보시다시피 쓰레기가 점점 쌓여가고 있습니다. 원래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은 오전 6시부터 12시까진데, 아마도 사람들이 무단투기를 하다보니까 쓰레기가 시도때도 없이 쌓이는 것 같습니다."

새벽이 오자 다시 나선 출근길.

[황규락 기자]
"지금 시간이 새벽 1시 49분 입니다. 지금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전반적으로 몸이 안 좋은데…"

아무리 춥고, 날씨가 나빠도 일을 멈출 수 없는 환경미화원에겐 부상이 늘 따라다닙니다. 잘 보이라고 형광색 옷을 입고 있어도 잘주하는 차들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지난 2년 간 작업 도중 숨진 환경미화원은 27명, 다친 사람은 7백 명이 넘습니다.

[관악구 환경미화원]
(저번에는) 잡초 작업하고 있는데 차가 와서 박더라고. 그래서 신호등이 내 앞으로 떨어지더라고…

몸에 밴 냄새 때문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땐, 적잖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관악구 환경미화원]
"한달 간 경험하고 나서 동기들 모아두고 운 적이 있어요. 여기는 가족 먹여 살리기 위해 들어온거잖아요. 가족에 대한 사랑이랄까. 사명감이랄까. 이런 게 없으면 못해요."

묵묵히 새벽 거리로 나서는 환경 미화원들, 내일 아침의 깨끗한 거리를 위해 오늘도 구슬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황규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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