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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1% 안 되는 댓글꾼 ‘인터넷 여론’ 장악
2018-04-20 19:38 사회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생생히 드러났습니다.

몇 사람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간단한 조작만으로 인터넷 여론을 이렇게 왜곡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이런 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또 왜 나쁘고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김유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불과 4시간 만에 댓글 공감 수 600여 개를 조작한 드루킹.

어떻게 가능했을까?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김형식 교수팀과 댓글 조작 기법을 시연해 봤습니다.

[최주섭 /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연구원]
"누구나 그냥 다운받아서 설치할 수 있고요. 000 다 하시면 친절하게 예시가 나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니, 댓글이 자동으로 달리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집니다.

여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최주섭 / 성균관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연구원]
자동으로 지금 뉴스페이지에 들어갔고 test라는 댓글을 남긴 겁니다. 지금 자동으로 남겼죠

1인당 3개로 제한된 네이버 아이디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SNS 상에서는 아이디 1개가 만 원에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전문 프로그래머들은 이렇게 사들인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을 조작하는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대부분 작업은 외국의 서버를 통하는 등 우회적으로 이뤄집니다.

때문에, 우리 수사 당국의 손길은 거의 미칠 수 없습니다.

[프로그래머]
"죽은 사람 아이디 사서 댓글 달고…. 중국에서 (댓글) 작업해요. 중국에서 작업하면 걸려도 처벌할 가능성은 없어요.”

정치권이 '댓글의 위력'에 관심을 가진 건 지난 2008년부터.

이른바 '광우병 괴담'이 인터넷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고, 이 공간에서 뭉친 시민들은 대거 광장으로 나섰습니다.

이 때부터 "온 라인이 오프 라인을 지배한다"는 믿음이 생긴 겁니다.

[김철균 / 이명박 정부 뉴미디어홍보비서관]
"모바일 중심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정치인들이 변화를 빨리 이해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생겨나는 여론에 대해 모니터링을 못해서 발생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면, 댓글의 실제 위력은 어떨까.

서울대 연구팀이 기사만 읽은 집단과 기사에 붙은 부정적 댓글까지 읽은 집단을 비교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 부정적 댓글까지 읽은 집단은 '댓글이 곧 실제 여론'이라고 인식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은주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발언 수단을 갖지 못한) 일반인들이 그래도 소리를 내볼 수 있는 유일한 장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여론이 이렇구나' 하면 동조하는 성향을 보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한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에겐 이런 댓글 조작이 달콤한 유혹일 수 밖에 업습니다.

[강홍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온라인에서 접근을 한다? 그럼 진행되고 있는 숫자 게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어요. 정치인들이 그 유혹을 떨쳐낼 수 있나요?
절대 떨쳐낼 수 없어요."

[김용민 / 서울 강동구]
"솔직히 알 수가 없죠. 조작된 건지 아닌지."

[이은경 / 서울 관악구]
"배신감이 들겠죠, 믿을 게 하나 없구나."

이번 드루킹 사건은 댓글창의 생생한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댓글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포털 사이트들은 '뒷북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형식 /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실명을 인증한다든지, 한 사람 계정으로는 여러 개의 컴퓨터를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든지. 포털도 이런 일이 생기면 포털 명성에 큰 해가 되기 때문에."

하지만 댓글 조작 기술은 이런 뒷북 대책을 훨씬 앞서가고 있습니다.

제2, 제3의 드루킹 사건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댓글을 지배하는 사람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환상을 깨뜨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또 포털들의 언론사 흉내내기도 법적으로 근절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김철균 /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장]
"댓글 진짜 열심히 달고 열심히 보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까요? 진짜 1, 2% 될까말까.

여론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그들만의 전쟁은 이제 끝내야 할 때입니다.

채널 A 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김남준
글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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