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찍히면 망한다”…맘 카페의 횡포
2018-04-23 19:54 뉴스A

찍히면 망한다, 영리 활동 까지 한다, 일종의 권력이 됐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부 '맘 카페'들을 둘러싼 이야긴데요.

맘카페의 의미가 왜 이렇게 변질 됐는 지, 집중 취재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한 신도시에 '키즈 카페'를 열었던 A씨는 2년 만에 가게를 내놨습니다.

[A씨 / ○○키즈카페 운영]
"정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질린다?"

나무 장난감을 던지며 노는 아이를 말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도망치듯 업소를 나왔다'는 후기를 지역 맘 카페에 올렸습니다.

"사장인 A씨가 아이를 너무 차갑게 대해 무안했다"고도 썼습니다.

게시판은 순식간에 악성 댓글들로 도배됐습니다.

[A씨 / ○○키즈카페 운영]
"댓글들이 더 상처를 받았던 거 같아요. '그런 가게는 망해야 된다', 키즈 카페할 인성이 아니다'."

매출이 절반 가까이 폭락했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A씨 / ○○키즈카페 운영]
이걸 반박해야 하나, 아내와도 상의했었는데 그냥 있는 게 나을 거다. 동네 장사고 이미지가 나쁘다 보면 안 오잖아요.

주부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시작한 맘 카페.

정보의 종류와 폭이 넓어지면서, 수만 명이 가입한 대형 맘 카페도 등장했습니다.

특히, 신도시에선 맘 카페에 가입하는 게 일종의 전입 신고로 여겨집니다.

지역 상인들은 '맘 카페에 찍히면 망한다'는 푸념까지 하고 있습니다.

[△△신도시 'ㄷ'음식점 사장]
"뭔 이야기만 하기만 하면 무조건 카페에다 올린다고 난리 쳐. 여기 권력이야."

[◇◇신도시 'ㄱ'음식점 사장]
"◇◇카페 올려가지고 카페에서 3만 명이 보고 있대요. 그렇게 협박하는 거야. (가게) 내놨어요. 떠나고 싶어서 이 동네 떠나고
싶어서."

대형 맘 카페가 아예 사업자 등록을 하고 영리 활동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한 신도시에 미용실을 차린 B씨.

개업 직후, 지역의 유력 맘 카페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의 카페에 광고를 내라는 것.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B씨 / 미용실 운영]
"6개월에 60만 원인가. 워낙 입김이 세니까.엄마들 입김이"

이런 수입은 어떻게 관리되는 걸까.

회원 수가 4만 명에 이르는 한 맘 카페가 공개한 2015년도 회계 자료입니다.

배너 광고로 1년간 천 8백만 원을 번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로 운영하는 게시판 광고와 후원비 등은 빠져 있습니다.

[C씨 / 전 ●● 맘카페 회원]
"생각보다 꽤 많은 금액이 통장안에 잔고로 남아 있는 거예요. 업체들이 하나 둘씩 얘기한 게 그 통장 계좌가 한 두개가 아니었고.
운영자가 공개한 건 그 통장 중에 하나였는데…."

전체 수입 내역은 소수 운영진만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씨 / 전 ●● 맘카페 회원]
(맘 카페 운영자가) 개인 사업자를 내고 '자기가 우리에게 고지할 이유도 없고 우리가 얘기할 권리도 없다' 이야기를 했는데….

맘 카페에 게시된 각종 정보는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걸까.

포장 이사업체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특정 회사를 추천한 한 회원, 그런데 다른 지역의 맘 카페에도 똑같은 회사를 추천했습니다.

[△△맘카페 관리자]
"이런식으로 댓글을 똑같은 아이디를 가지고 또 다는 거에요. 이런 사람들이면 거의 100%에요."

동네 엄마들만 가입할 수 있는 맘 카페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지역 가게의 업주로 가장해 맘카페에서 홍보를 대행해 준다는 업체를 접촉해 봤습니다.

업체는 광고 효과를 자신합니다.

[바이럴마케팅 업체]
"일상 형식의 글, 댓글이 다 들어갈 거고요. 저희가 카페마다 못해도 (아이디가)40개 이상 (있어요). 효과 있으니까 저희들이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하고."

이 업계에서 일했던 직원은 진짜 후기처럼 위장하는 방법까지 알려줬습니다.

[전 바이럴 마케팅 업체 직원]
"이모티콘을 많이 단다든지 말투를 여자처럼 한다든지, 댓글을 달 때도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올리면 안 되니까 5분, 10분 간격을 두고 올린다든지"

지나친 상업화로 치달은 일부 맘 카페에선 내부 갈등 끝에 회원들이 집단 탈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C씨 / 전 ●● 맘카페 회원]
비영리로 운영되는 엄마들의 지역 모임인 줄 알고 거기서 활동하기 시작한 거죠.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개인 사업장이었던 거예요. 배신감이죠.

[D씨 / 전 ●● 맘카페 회원]
(맘 카페가) 돈벌이가 되니까. 그럼 이걸 아는 사람들은 맘 카페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 달려드는 거에요. 살지 않더라도. 자기가 먼저 인원수가 많아지면 성공하는 거예요. 자기가 먹는거죠.

맘카페가 친목 도모와 정보공유라는 본래의 취지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윤인진 /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너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마치 홍보의 수단으로 가게 되면 그러한 카페는 버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쌍방향적이고 민주적인 그러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채널 A 뉴스 정하니입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