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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청소년 가짜 신분증에 상인들 ‘분통’
2018-04-25 19:55 뉴스A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업주는 과태료나 행정 처분을 받습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하면, 가려내기가 매우 어려운데요.

이런 미성년자 때문에 상인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고 합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독립 다큐 영화: 지호네 가게]

"빨리 신고해!"
"한번 신고해봐."
"그런데 어떻게 하냐. 우리 청소년인데."

[신분증 사기에 우는 자영업자들]

3년째 주점을 운영 중인 김모 씨.

다음 달 내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라,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해 7월.

만취한 손님 한 명이 빈 소주병을 갑자기 유리창으로 집어 던졌습니다.

[김모 씨 / 'ㅅ' 주점 영업주]
"유리가 심하게 파손돼서. 그 당시에 손님들이 밖에 테이블에 있었거든요. 거기에 술병을 던져서. 크게 다쳤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런 일을 저지른 손님은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김모 씨 / 'ㅅ' 가게 영업주]
"자기는 사고를 쳐도 별문제가 없다. 그래서 바로 신고를 했죠. 경찰이 3명 다 확인을 했는데 다 타인 신분증이었다고. (그때서야) 청소년인 걸 알게 됐죠."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비슷한 외모의 어른 신분증을 내민 청소년에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현행법에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합니다.

관할 지자체는 영업 정지부터 업장 폐쇄 같은 행정 조치를 별도로 내립니다.

김씨는 청소년들의 신분증 도용이 일부 인정돼 형사처벌은 면했지만, 영업 정지는 피할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정작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한 청소년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았습니다.

[조인선 / 변호사]
“초범이고 국민 정서상 성년에 가까운 청소년이 음주를 했을 경우에는 흔히 얘기하는 훈방조치라고 하죠. 기소 유예나 아주 약한 벌금 구약식 정도가 되고 있죠.“

일부 청소년들은 이런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공짜 술을 먹거나 업주를 협박할 요량으로, '신고 자작극'을 벌이는 겁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적발된 업소의 70% 이상은 청소년들의 '신고 자작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정하고 신분증을 속이는 청소년들을 영세한 업주들이 가려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

성인 신분증을 사고판다는 글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습니다.

훔쳤거나 길에서 주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 주 거래 대상.

거래가 성사되면, 한 장에 2만 원에서 5만 원 가량이 즉석에서 오갑니다.

[고등학교 2학년생]
"(주민증은 어떻게 사요?) 얼굴 조금 비슷하다 싶으면 선배 (주)민증을 사 가지고 단체로 (술을) 마시는 거예요.“

[고등학교 3학년생]
"페이스북 같은 데 글을 올려요. ‘(주민)증 살 사람. 댓글로 필요한 애들, 담배 피우는 애들이나 그런 애들이 사요.“

신분증 검사를 허술하게 하는 술집이나 편의점 명단도 공공연하게 공유됩니다.

[고등학교 3학년생]
"이름 있는 데 말고. ‘포장마차는 거의 안 뚫려요. 'XX 포차’ 그런 데는 무조건 (검사)하고. 가끔 안 하는데 있어요, 곱창집 같은 데. 가게 주인들이 연령대가 높으시니까 (위조 신분증) 구분을 잘 못하세요.“

가짜 신분증을 가려내려는 업주들의 노력도 눈물겹습니다.

백만 원이 넘는 신분증 감별기를 울며 겨자 먹기로 설치하는 영세업주들이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위조 신분증을 감별기에 넣자 곧바로 빨간 경고창이 뜹니다.

[현장음]
"유효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라고 뜨죠?"

의심 가는 손님들에겐 지문 검사도 요구해야 합니다.

[A씨 / ‘ㄷ’ 가게 영업주]
"화장하고 하다 보면 못 알아보고 하니까. 지문은 안 변하잖아요.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도 있고. 저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여기에 한 술 더떠, 신분증 위조 시장까지 등장했습니다.

기자가 SNS를 통해 수소문하자, 10분 만에 위조 신분증 제조업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름과 사진만 보내주면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왔습니다.

신분증 감별기까지 통과하는 정교한 위조 신분증은 10만 원까지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제작된 가짜 신분증은 심각한 범죄로 이어졌습니다.

성인 신분증으로 수천만 원대 전자제품 사기를 친 10대가 지난해 부산에서 체포된 겁니다.

결국, 일부 청소년들의 사기 행각을 근절하기 위한 법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 교수]
"(청소년들이) 신분증 위·변조라던가 도용하는 건 심각한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도 그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게 하는 선별적인 조치가 필요하겠죠.."

채널 A 뉴스 박건영입니다.

박건영 기자 change@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고정화 김대원
그래픽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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