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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실버 택배원 “월급보다 더 좋은 게 있죠”
2018-04-26 19:56 뉴스A

일하는 기쁨, 한창 일할 때는 간혹 잊고 지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은퇴 후엔 매일 출근하고, 고단한 하루를 마치는 그런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설혜 기자가 젊음을 되찾기 위해 일터로 나선 어르신들과 함께 했습니다.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정오의 지하철 역.

역사 한 켠에 쇼핑 백들이 줄지어 놓입니다.

잠시 후, 쇼핑 백들을 어깨에 메거나 손에 들고 뿔뿔이 흩어지는 노인들.

[현장음]
(안 무거우세요? 6개나 되는데) 가벼워요.

지하철로 서류나 물건을 배달하는 '실버 택배원'들입니다.

서울에만 2천여명의 노인이 근무중인 것으로 추산됩니다.

올해 77살인 조용문 할아버지.

7년째 실버 택배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조용문(77) / 지하철택배원]
이것만 가지고 가면 위험하죠. 그래서 제가 쇼핑백을 만들어가지고 다닙니다.

팔순을 앞둔 연세지만, 걸음은 2~30대 젋은이 못지 않습니다.

[김설혜 기자]
100m 앞장서 가시는데 너무 빠르셔서 쫓아갈 수가 없어요.

[현장음]
빨리 타세요!

쉼없이 이어지는 배달 때문에, 오후 2시를 넘겨서야 편의점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웁니다.

[조용문(77) / 지하철 택배원]
우선 요기는 되죠. 나중에 간식 조금 먹고 (보통 이렇게 식사하세요?) 네, 대개.

오늘 하룻동안 배달한 물건은 3개.

하나에 7~8천 원인 택배료의 2~30%를 소개 수수료로 내고나면, 하루 수입은 2만 원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최저 임금에도 한참 못미치지만, 할아버지는 젊음을 되찾은 게 가장 큰 수입이라고 말합니다.

[조용문(77) / 지하철 택배원]
푸쉬업도 10번 이상은 기본이고 염색을 하면 완전히 60대로 보인다고

기자가 실버 택배 회사에 소속돼 일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지하철을 타고 회사가 정해준 택배 수령지로 이동합니다.

노선도를 보고 또 보고, 주소도 꼼꼼히 옮겨 적었지만, 찾아가려니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현장음]
왼쪽 … 왼쪽 … 왼쪽 …

물어물어 겨우 찾은 수령지는 서울 용산의 한 상점.

[현장음]
(사장님 이거 언제까지?) 빨리 가야돼요 (잘 전달하겠습니다)

한시간 좀 더 가야되고 세번 갈아타야 하는데...

아직 배달 하나 끝내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온 몸이 쑤십니다.

겨우 일을 마치자마자 들어온 두 번째 주문.

[김설혜 기자]
건대 입구역에서 가산 000, 1만1천 원!

만원을 넘긴 수입에 환호했지만, '왜 아직 안오냐'는 독촉 전화에 식은 땀이 흐릅니다.

[현장음]
죄송합니다. 한 10분 정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긴장이 풀려 깜박 쪽잠이 들었지만, 내릴 역을 놓칠까 마음 놓고 잠들 수도 없습니다,

하룻 동안 3건의 택배를 하면서 지하철로 이동한 거리는 무려 71KM.

사이 사이 만 5천 걸음 가까이 걸었습니다.

트럭에서 내려지는 택배들을 분류하는 실버 택배원들.

기자도 맡은 동을 찾아 배달에 나섭니다.

'아파트 한동 쯤이야' 하고 자신있게 도전했지만, 처음부터 실수 투성이입니다.

[현장음]
택배요! (아니 여기여기. 아니 호수도 몰라요) 죄송합니다.

팔순을 훌쩍 넘긴 실버 택배원은 손녀같은 기자의 실수를 다독여줍니다.

[백창현 (84)/ 실버 택배원]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실수가 있어요.

이 아파트 단지는 3년 전부터 실버 택배원들에게 일을 맡겼습니다.

[정금선(73) / 서울 구로구]
우리도 같이 나이먹는 처지니까 정말 잘하시는 구나

[아파트 주민]
그냥 (문을) 열게 되요. 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하니까

고령층 10명 중 6명 이상이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일하는 즐거움 때문에'란 응답이 3분의 1을 넘겼습니다.

'백세청춘'이 유행하는 요즘, 실버 택배원들은 '은퇴'란 단어를 잊었다고 말했습니다.

[최병운(78) / 서울 구로구]
(앞으로 몇 년 하고싶으세요?) 건강이 유지될때까지 하하하

채널 A 뉴스, 김설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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