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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미투’의 그녀가 숨을 수 밖에 없던 이유
2018-05-01 17:04 기자페이지

벌써 두 달이 지났네요. 대중음악인 남궁연 씨가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던 것 다 기억하실 겁니다.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며 곧바로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던 남궁연 씨였습니다. 당시 분위기는 남궁 씨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그 시점에 저는 피해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설득과 고민을 주고 받다 어렵게 입을 연 피해자는 얼굴과 목소리를 철저히 숨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만큼 걱정이 컸겠죠. 불안함에 손톱을 뜯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간절했거든요. 남궁연 선생님 전화 온 게 2017년 제 한 줄기 빛이었어요. 저도 잘 될 수 있겠거니 생각했어요.” 그의 첫마디였습니다.

지난해 9월 연습을 위해 연습실을 겸하고 있는 남궁연 씨의 집을 찾았는데 "몸이 죽어있다”며 "몸을 고쳐줄 테니 옷을 다 벗어봐라”고 말했다는 겁니다. 리포트에는 담지 못했지만 저는 수차례 되물었습니다. “설마.. 정말 그랬다고요?”

피해자는 그 때부터 감정에 북받쳤습니다. "날 믿으면 벗어봐라 하더라고요. 웃었어요. 말도 안 돼서. 벗으라고 했더니. 벗어보면 왜 그랬는지 알려줄게. 싫다고. 그랬더니 가슴만 가슴만. 5초만 3초만."

물론 그의 일방적인 주장이었지만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직감이 들었죠. 피해자는 남궁연 씨 부인이 폭로 이후 전화를 걸어온 녹취도 공개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때부터였습니다.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들어야하니까요. 제가 피해자를 인터뷰 한 사실을 남궁연 씨 측에 전하자 재차 관련 내용을 부인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고소장도 제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제 단독 인터뷰는 제법 파장이 있었습니다. 이후 3명의 피해자가 더 등장해 그들은 힘을 합치기도 했는데요.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기도 했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실체적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사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조재현 오달수 이윤택 씨 등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수많은 여성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했던 ‘미투 운동’이 이제는 잊혀진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여론이라는 ‘우산’이 없어졌다는 불안감 때문이겠죠. 법적 다툼만 남는 것 아니냐는 부담도 크고요.

‘미투 그리고 두 달’ 언론의 중간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때입니다.

김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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