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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판문점 누빈 북 974 부대
2018-05-02 12:50 기자페이지

4월 27일 열린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많은 화젯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단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각을 성큼성큼 걸어 나와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뒤 10초 간 다시 북측으로 깜짝 월경을 했던 장면, 도보다리에서 나눈 30분간의 밀담 등 수많은 명장면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비록 소수 의견이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밀착 경호했던 경호팀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는 의견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190cm는 족히 돼 보이는 청년들이 스포츠머리(북한식 표현으로는 패기머리)를 한 채 판문점을 뛰어 다니던 모습은 잔상이 오래 남았습니다. V자형으로 북한의 ‘최고존엄’을 모시는 모습은 말 그대로 인간 방패 그 자체 이었습니다.

번호표도 없이 국무위원장 휘장이 반짝반짝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호위하던 974 부대원들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같은 옷에 같은 신발, 같은 넥타이를 맨 것은 물론 재킷의 단추를 모두 풀어 헤쳤다는 것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비키라’는 한 마디에 홍해 바다 갈라지듯 일사불란하고 공손하게 움직였던 이들이 재킷을 풀어 헤친 채 판문점을 누볐던 이유는 뭘까요?

힌트는 아래 사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빈방문 당시 청와대 경내로 들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 ‘더 비스트’의 위용입니다.

북한의 974 부대원들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차량 좌우를 호위하는 모습은 흡사합니다. 이들 경호원들 역시 재킷의 앞 단추를 풀어 헤친 점도 똑 같습니다.

이제 답을 드릴 차례군요.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의 경우도 경호원들의 허리나 가슴 주위에는 권총을 휴대합니다. 단추를 채운 상태에서 유사시 권총을 꺼내 드는 시간과 단추를 푼 상태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것 사이의 시간 차이가 바로 해답입니다.
유사시 요인의 생명을 좌우하는 시간은 0.01초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경호원들은 당연히 상의를 풀어 헤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9월 논란을 불렀던 미국 뉴욕 유엔총회 당시 사진입니다. 악명 높은 교통 체증 탓에 예정된 행사에 시간을 맞추지 못할 상황이 된 문재인 대통령은 결국 숙소에서 나와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뉴욕의 가을 참으로 걷기 좋은 환경 이었겠지만 경호라는 측면에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문 대통령의 결정이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도 쳐도 경호원들의 태도는 두고두고 논란을 빚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 경호원과 우리 경호원의 자켓 단추 부분입니다. 아래 사진 왼쪽 두 번째와 일곱 번째에 선 미국 경호원은 앞서 알려드린 경호 수칙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주영훈 경호처장(맨 왼쪽)을 비롯한 우리 경호 인력들은 단정하게 양복 상의를 잠근 채로 걷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요?

당시 우리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책임국인 미국 요원이 유사시 (대응 사격을 하는) 대적(對敵) 임무를 맡기로 해서 양복 단추를 풀었고, 우리 측 요원은 방호와 대피 임무를 맡아서 단추 상태를 각자 판단에 맡겼다”고 해명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은 국민과 가까이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스럼 없이 셀카를 찍고 격의 없이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문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도 지나치게 요란하고 과장된 경호를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국가 최고지도자이자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위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우리 경호도 보다 세련되지만 원칙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하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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