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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한 번 나면 참사…위험한 ‘밭일 버스’
2018-05-04 11:49 사회

오늘 전남 영암 미니버스 사고로 숨진 할머니들의 발인이 진행됐습니다.

멀리 밭일을 다녀오시다가 참변을 당했는데 정말 막을 수 없었을까요,

어르신들의 이른바, '농번기 아르바이트' 실태를 현장을 취재한 박지혜 기자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질문1] 혹시 사고 원인이 나왔나요?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찰은 사고 직전 버스가 차선을 넘나들며 불안하게 운행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사고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보시면 버스는 조금씩 흔들리더니 앞서가던 차량과 충돌하고, 오른쪽 가드레일을 뚫고 밭으로 떨어지는데요,

경찰은 버스 운전자에 대한 부검을 실시해 음주나 졸음 운전 여부를 조사하고 버스도 해체해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버스는 2002년에 만들어져 16년이나 된 노후 버스였는데요,

밭일 나가는 사람이 많을 땐 40명이나 타서 일부는 바닥에 앉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질문2] 노후 버스에 여러 명이 탔다...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농촌 사회의 아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있네요.

그렇습니다, 농촌에는 고령자들이 많아 일감이 많은 농번기에는 일손이 모자라는데요, 시골 마을 어르신들끼리 이른바 ‘원정 아르바이트’를 해서 인력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마을 주민]
"고구마도 수확하고. 총각무도 수확하고, 안한 거 없지. 작물은 다 했지.”

[마을 주민]
“가을에 10월 한 달 했나. 15인 승 (버스) 두 개 쓰고”

이런 아르바이트는 새벽에서 늦은 밤까지 이어질 정도로 중노동인데요, 대략 10시간 넘는 노동을 하고 6만 원 남짓의 일당을 받았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
“신북, 나주 그쪽으로는 대추작업 하러 새벽 3시에 갔다가 밤 12시 반에도 오고 그랬어.”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보니 어르신들이 함께 버스나 승합차를 타고 장거리를 오가고 있는데요.

그제 전남 영암 미니버스 사고로 숨진 할머니들도 총각무 밭일을 하기 위해 매일 70km를 왕복했습니다.

[질문3] 근무량이 많고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어르신들이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이유가 뭔가요?

네, 손주 줄 용돈을 벌기 위해서나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고, 생계 때문에 일을 나서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이 모 할머니는 다음주 월요일 생신을 앞두고 주말에 가족이 함께 모이기로 했는데요,

용돈을 벌기 위해 사촌동서인 김모 할머니와 함께 일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겁니다.

[이모 할머니 며느리]
“(생신이셔서) 주말에 다 만나기로 연락하고, 자식들이,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니까 너무…

두 할머니는 어렸을 때 이 곳에 시집 와 사촌 동서가 됐는데요, 힘들고 궂은일도 함께 할 정도로 우애가 돈독했다고 합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이 할머니와 김 할머니의 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볼 정도로 가까웠는데요,

마을 주민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박정자 / 전남 영암군]
"서로 돕고 살지, 여기는 (김 할머니) 혼자 계시고, (이 할머니) 영감님 계셔도 나이를 많이 잡수셔서... 우애가 깊어.

[질문4] 마을 전체가 깊은 침통함에 빠져있을 것 같은데, 박 기자는 어땠나요.

네, 마을 면사무소 앞에 희생자들의 합동 분향소가 설치돼 있는데요,

분향소를 찾은 마을 어르신들은 쉽게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종종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셨습니다.

저 역시 당일 어르신들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얼마나 고생하셨을지 감히 짐작해 봤는데요, 돌아오는 길에 사고 현장에 남은 고무신 한 짝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단순 교통 사고로만 끝내지 말고 농촌의 고령화· 작업 실태를 꼭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박지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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