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주사 1대에 1억4천만 원…희귀병의 고통
2018-05-18 19:51 뉴스A

오는 23일은 정부가 지정한 희귀병 극복의 날입니다.

희귀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눈 앞에 두고도 엄청난 약값 때문에 쓰지 못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요?

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의 딱한 사정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엄마 봐야지 엄마."

7살 강현이는 눈으로만 감정을 표현합니다.

태어난 지 넉 달 만에 확진된 '척수성 근위축증'

지금은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척수성 근위측증에 걸리면, 온몸의 근육이 차츰 약해지다 호흡까지 어려워지고, 인공 호흡기가 있어야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습니다.

강현이가 물리 치료에만 의존해온 지 어느덧 6년째.

[정유경 / 강현이 어머니]
"집에 가서 잘 지내라 이런 얘기만 하니까 사실 희망을 안 갖게 하니까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이런 강현이에게 최근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치료제를 우리나라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겁니다.

[정유경 / 강현이 어머니]
"아이가 치료가 될 거다. 이런 생각을 못 해봤는데. 좋았어요."

하지만 곧 먹구름이 드리웠습니다.

1년에 6번 주사제를 맞는데 드는 비용은 무려 8억 4천만 원.

[정유경 / 강현이 어머니]
"한대에 1억 4천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좀 너무 하다 싶었어요. 정말 살리려고 만들어 놓은 약 맞나."

강현이와 같은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전국에 약 150명.

제약회사의 무상 지원을 받는 환자 10명을 빼면, 140여 명은 눈앞에 약을 두고도 쓸 수 없는 절망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문종민 / 한국척수성근위축증환우회 회장]
"실상 이 돈을 내고 우리나라에서 맞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평생 지속적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에서 이걸 맞을 수 있는 환우는 아무도 없습니다."

[현장음]
"가발도 스타일이 안 맞으면 조금씩 다듬고 염색도 하고 다 해요."

11년째 가발을 쓰고 사는 진혜 씨.

대학을 졸업한 스물세 살에 찾아온 루푸스는 꿈많던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습니다.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머리가 빠지고 얼굴도 심하게 변했습니다.

[현장음]
"이게 23살. 제가 아닌 것 같아요. 저 아닌 것 같고."

루푸스는 자신을 지켜야 할 항체가 오히려 자기 몸을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입니다.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는 골다공증과 탈모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3년 전 루푸스 진단을 받은 김지백 씨.

스테로이드를 쓴 지 1년 만에 양쪽 고관절이 녹아내리는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김지백 / 루푸스병 환자]
"관절염이 너무 심해지면서 양쪽 고관절 전부 괴사가 심하게 진행됐고. 작년 이맘때 양쪽 고관절을 다 교체하는 수술을 했거든요."

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만든 치료제가 5년 전부터 나왔지만, 주사 한 대 값이 웬만한 월급보다 많습니다.

[김지백 / 루푸스병 환자]
"3백만 원, 4백만 원 말씀하셨거든요. 한 번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차례를 해야 한다 그러는데 솔직히 그걸 부담할 자신은 없더라고요."

희귀병 환자들은 하루빨리 치료약이 건강 보험에 적용되길 바라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판 허가가 난 약에 대해 150일 안에 타당성 여부를 검토합니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두 달간 가격 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제출 자료가 미흡하다며 재심사를 요구하거나, 약가 협상이 길어지는 경우가 다반사.

이렇다 보니 희귀병 치료제는 시판 허가를 받아도, 건강 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되는 데 평균 2년 넘게 걸립니다.

일본의 경우, 희귀병 같은 위중한 질병은 반년 안에 심사를 마치는 '신속 심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외침이 커지고 있습니다.

[배상철 / 대한의학회 부회장]
"일반적인 질병하고 똑같은 잣대로 경제성적인 관점을 보면 희귀 질환은 무조건 비경제적이죠. 희귀질환은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긴 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희귀병 환자와 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때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채널 A 뉴스 정하니입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