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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잠적한 의사…애타는 성형 피해자
2018-06-29 19:48 뉴스A

비싼 성형 수술을 받았는데, 흉터나 부작용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은데요.

의사가 연락을 끊고 잠적하면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피해자들의 딱한 처지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성형 피해 중국인 A씨]
"안녕하세요. 저는 ** 입니다."

4년 전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코와 입술 부위를 수술받은 A씨.

[A씨]
"성형 수술을 위해서 13만 5천 위안 (우리 돈 2,200만 원) 가량 썼어요. 코 재건 수술, 인중, 입술 등등"

예뻐질 것이란 기대는 붕대를 풀자 절망으로 변했습니다.

코에 넣은 보형물은 튀어나왔고, 입꼬리엔 긴 흉터가 남았습니다.

병원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중국인 성형 피해자]
"전 외국인이고 한국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냥 전액 환불만 요구했는데. 보험사에 가라고 하더군요. 그 후에 대표 원장이 바뀌거나 사장이 바뀌었다고 환불이 어렵다고만 했어요."

문제를 해결하러 몇 번이나 한국을 찾았지만 불신만 더 커졌습니다.

[중국인 성형 피해자]
"나중엔 무책임으로 일관했어요. 알아서 하라고. 앞으로 평생 한국에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A씨를 이렇게 만든 병원은 속칭 '귀족 수술'을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곳.

원장 B씨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주변 병원]
"원장님 계속 바뀌면서 병원 계속 옮긴 걸로 알고 있거든요. 여기도 있고, 또 이사 갔다고 들었는데"

[근처 성형외과]
"분쟁이 많았어요. 의료계에서 소문이 너무 안 좋아요."

B 원장은 어디로 간 걸까.

[주변 성형외과 관계자]
"흉터 때문에 그러신 거죠? 어느 순간 문을 닫았다 하더라고요. 찾기 힘드시지 않을까요. (피해자가) 많이 있는 걸로는 들었어요."

B 원장의 흔적을 쫓던 기자는 다른 병원에서 B 원장의 수술을 받은 또 다른 피해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심한 수술 흉터로 재수술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해자]
"해외 계시니까 금방 돌아오실 거라고. 날짜 잡아준다고 죄송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저랑 관련 없으니까 연락하지 말래요.
(수술비가) 1천만 원 들었거든요."

수술을 받았다는 병원에 가봤지만, B 원장은 이미 7개월 전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B 성형외과 관계자]
"왜 찾으세요. 다 바뀌었어요. 여기 새로 오신 원장님이 다 인수하셔서."

어렵게 찾아낸 B 원장의 측근. B 원장이 수술을 안 한다고 주장합니다.

[상담실장]
"지금 원장님 일을 안 하고 계셔서. 다른 데서 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다른 데 소개시켜 드릴 수 있어요."

며칠 뒤, 좀처럼 행방을 찾을 수 없는 B 원장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이팩트] 소스(정보)는 드릴 수 있어요.

B 원장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병원에 갔을 때 B 원장은 의료진 명단과 홈페이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펙트] 환자분 이쪽으로 오셔서….

잠시 후 등장한 B 원장. 수술을 할 것을 권합니다.

[음성 대역]
네 가지 수술을 해야 돼요. 800만 원. 제가 다른 의사보다 많이 비싸긴 해요 솔직히. 한 두 배 정도 비쌀 거예요."

잠시 뒤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자신은 숨은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음성 대역]
"옮기면서 연락이 끊기거나 안되는 사람이 있을 거 아니에요. 제가 연락처 관리 안 하니까 잘 모르죠. 저한테 오신 사람들은 다 (AS를) 해드렸어요.

부작용이나 후유증 같은 문제가 심각해지면, 의사들은 병원 문을 닫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피해자인 환자들은 의사가 어디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복지부 관계자]
"연락처를 안 알려준다는 것 자체가 의료법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라서. (의사의) 연락처나 주소를 (수술) 계약서에 명시하는 게 좋긴 하죠. (그런데) 그렇게 안 하죠."

보상을 받으려면 소송을 해야 하지만, 인력과 정보가 풍부한 병원 측과 싸우기엔 역부족입니다.

[김모 씨 / 중국인 성형수술 피해자 대리인]
(자료를) 안주면 난리 칠까 봐 줘도 제대로 안 줘요. 파손된 CD 드려요. 그러면 쓸 수가 없잖아요. 의료 차트 지워요, 바꿔요.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부 의사들을 처벌하고, 하소연할 데 없는 환자들을 보호하는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최종원 / 변호사]
"의사협회거나 또는 보건복지부거나 여기에 문의를 해서 이런 의사가 있나요. 몇 년 몇 월 몇 일 경에 어디서 진료를 받았어요. '아 그 의사가 근무하는 곳은 어디입니다.'라고 공개되면 좋죠."

채널에이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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