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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제주 예멘 난민, 사정은 딱하지만…
2018-07-06 19:51 뉴스A

제주도에 온 예멘 사람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일 지 심사가 시작됐습니다. 3개월 뒤면 결정이 내려집니다.

인도주의를 발휘해 받아들일지, 많은 나라가 손사래 치는데 우리가 받아들이면 난민이 몰릴 가능성은 없는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습니다.

김유림 기자가 더깊은 뉴스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여기가, 18년 동안 일한 회사예요. 이날 오후 3시에 퇴근했는데, 5시에 회사로 포탄이 떨어졌어요. 이게, 제가 제주에 온 이유입니다."

"아이 이름이 뭐예요?"

'행복' 그리고 '희망'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 37살 알리 씨는 올 4월, 네 아이와 아내를 예멘 국경의 안전지대에 피난시키고 홀로 제주에 왔습니다.

후티 반군의 무작위 징집을 피하는 게 첫 번째 목표. 포탄이 쏟아지는 수도 사나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알리(가명) / 난민신청자]
"전쟁이 끝나야만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죠."

알리 씨가 머무는 모텔방. 매트리스 세 개만 놔도 꽉 차는 비좁은 방에 예멘 청년 4명이 지내고 있습니다.

제주 살이 두 달 만에 돈은 다 떨어졌고, 일자리는 커녕 취업 상담 한 번 받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알리 씨는 오늘도 무료로 나눠주는 빵과 음료로 허기를 채웁니다.

"아빠 안녕, 사랑해요."

22살 아흐메드 씨는 보름 전, 제주 한립읍의 한 양식장에 취업했습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고달픈 일상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가족입니다.

[아흐메드 (가명) / 난민신청자]
"이 사진은 라마단 직후에 찍은 거…. 항상 생각하죠, 항상. 그래도 처음 제주도에 와서 고시원에 있을 때보다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훨씬 안정적이에요."

제주에 온 예멘 난민 신청자 중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절반 정도 됩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아니고, 그나마도 중도에 쫓겨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알라메트(가명) / 난민신청자]
"고기잡이 배에서 하루에 18시간, 마지막 이틀은 24시간 내내 일했습니다. 배멀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그냥 계속 일만 했는데 사장이 갑자기 '그만두라'고 했어요."

제한된 공간에 한꺼번에 난민신청자가 몰리면서 사회불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림읍 한 선원 숙소에서는 설거지 순번 문제로 다투던 예멘인들이 흉기를 들고 싸우다 체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미취업 상태가 장기화하면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예멘 난민을 거부해달라"는 글이 추천 60만 명을 돌파했고 극단적 무슬림을 우려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필리핀 민다나오 섬을 점령한 것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떠돕니다.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난민지위를 인정받는 것은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는 것 처럼 어렵습니다. 6년 간 누적신청자 3만 5천여명 가운데 521명 만이 허락을 받았습니다.

법무당국은 예멘인 문제를 신속히 다루겠다는 방침입니다.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은 2명이었던 심사관을 6명으로 늘려 10월 안에 문제를 매듭짓겟다고 밝혔습니다.

[박현도 /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교수]
"국민들이 너무 돌발적인 상황에서 놀라고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부가 이럴 때일수록 진중하게 후속 대책을 논의하면서 국민과 함께 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면 좋겠어요."

난민 신청자들 더 괴롭히는 것은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파흠마드(가명) / 난민신청자 ]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고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익숙해질 수 있는 일, 항구에서 일하거나 공장, 농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예멘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 평화와 교육, 그리고 평화를 찾아 왔습니다."

예멘 난민사태는 전 지구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난민사태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제라도 외양간을 단단히 고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천종석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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