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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의 현장칼럼]코르셋 vs 반코르셋
2018-07-09 19:59 문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입니다.

주인공 비비안 리가 안간힘을 써가며 착용하는 이것.바로 코르셋입니다.

기원전 1600년 전부터 여성들이 착용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풍만해 보이도록 허리를 졸라맨 이 청동상이 근거입니다. 얼마나 허리를 졸라맸는지,중세 시대엔 폐나 심장에 압박을 가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코르셋은 아름다움과 고통이라는 상반되는 이미지의 상징이었는데요.

최근,오랜 세월 '여성스럽다'고 정의해 온 것들로부터 벗어나자는 반코르셋 운동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미니스커트를 버렸습니다.”
“립스틱을 부러뜨렸습니다.”
"렌즈 대신 안경을 썼습니다.”

하지만,반 코르셋 운동 자체가 꾸미고 싶은 여성의 욕망을 억압하는 또 다른 코르셋이라는 반론도 큽니다.

꾸밈을 거부할 수 있듯이 꾸미는 것도 자유로워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한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경찰이 대나무 자를 들고 다니며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풍경인데요.

1967년 가수 윤복희씨가 선보인 '짧은 치마'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한 처방이었죠.

단속 이유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저속한 옷차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무릎 위 15㎝라면 경범죄로 처벌했습니다.

그 시절엔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이 저항.
지금은 미니스커트를 버리는 것이 저항.

어찌 보면 아이러니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통념에 대한 반기였고, 강요된 사회의 기준으로부터 나 자신을 찾자는 것이었습니다.

이틀 전 토요일의 혜화역을 다시 기억해 봅니다.
경찰 추산 19000명.

이들은 단순히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던 걸까요?

오랜 시간 누적된 억압과 차별에 대한 항변은 아니었을까요?

미니스커트 단속에 반발하고, 코르셋을 거부하며, 홍대 몰카범 수사를 거세게 항의하는 것이

가리키는 곳, 그곳을 응시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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