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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노후건물 ‘시한폭탄’…서울에만 15만 동 아슬
2018-07-13 19:57 사회

너무 낡아서 '재난위험이 있다'고 분류된 노후건물.

서울에만 15만 동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를 강제할 법 규정도 없고 건물주인도 수리를 잘 하지 않습니다.

시한폭탄처럼 여겨지는 노후건물을 허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더 깊은 뉴습니다.

[리포트]
"솔직히 지금 당장 무너져도 뭐라고 말 못할 정도라고 생각해요."
"이 건물이 무너진다 한들 제가 사망할 거라는 생각이 안 들지 않나요?"

쩍쩍 갈라진 건물 외벽은 영락없는 흉가의 모습입니다.

오래 전 떨어져 나간 페인트 밑으로는 불에 그을린 듯 새까만 벽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깨진 창문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곧 무너질 것처럼 아슬아슬한 비상계단 곳곳에는 추락 경고 푯말이 눈에 띕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현장음]
"어우, 떨어지겠는데요."

22년 전 관할구청이 재난위험시설인 D등급을 부여했지만 여전히 일곱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인근 변전소의 송전탑 지중화 사업과 엮여 철거는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은평구청 관계자]
"구역 내로 송전탑이 지나가고 있는 형태고요. 송전탑이 지중화 되어야."

전문가와 함께 건물 내부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현장음]
"이런 것도 떨어지면 다치는 건데."

빗물에 녹아내린 시멘트 성분은 마치 석회동굴처럼 변했고, 녹슨 철근이 부풀어 오르면서 시멘트도 떨어져 나갔습니다.

[최일섭 / 한국구조기술사회 부회장]
"D등급이 유지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E등급이 나와서 즉시 퇴거가 돼야 하는지 다시 한 번 판단을 할 때가 됐다."

서울시가 부랴부랴 긴급점검에 나선 것은 지난달 용산 상가붕괴사고 직후.

정비구역에 속한 30년이 넘은 4층 이하 노후 건물은 전수조사 중이고, 30개 대형공사장 주변 건물에 대한 조사는 지난달에 마쳤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대형공사장 주변) 91개소 했어요. 층수가 낮고, 공사장으로부터 거리가 가깝고, 이런 걸 기준으로 표본 점검을 했어요. 점검을 해보니깐 그래도 상태가 대부분 다 양호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사장과 인접한 40년 넘은 노후 주택.

집주인은 공사장 발파 작업 때문에 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조숙자 / 서울 서대문구]
"지금 이거(공사) 하면서 이렇게 갈라졌어요. 저 뒤에 보세요. 아주 불안해서 난 거기 있는 거 들어내고 지금 잠을 못잘 지경이거든."

40년도 넘었지만 이 집은 점검대상에서 누락됐습니다.

[조숙자 / 서울 서대문구]
"아이고 바깥양반이 구청을 얼마나 들어갔다고. (6월 달에 안 왔어요?) 안 왔어요."

구청 직원과 전문가가 서울 시내 한 정비구역 안전점검에 나섰습니다.

[이상호 / 건축사]
"집중호우가 오거나 지진이 오거나 평상시에 받던 하중보다 과한 하중이 오면 이런 구조들이 취약한 거죠."

재건축이나 재개발 지구 지정을 염두에 둔 노후건물 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험건물에 대한 수리나 보수는 뒷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비구역 주민]
"집주인이 바뀐지 얼마 안 됐어요.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말은 했는데, 그런 거 없었어요."

어둠이 내린 뒤 노후 아파트를 다시 찾았습니다.

안전사고 위험에도 노후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세입자라고 밝힌 한 주민은 너무 불안하다면서도 보상금 얘기를 꺼냅니다.

[노후 아파트 주민]
"11년 째 거든요. 그래서 놓지 못하는 거예요. 아무래도 보상금이 나오니까. 이주비용이 나오니깐. 못 가는 게 아니라 안 가고 버티는 거."

행정당국이 철저한 점검을 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해도 강제성이 없습니다.

[임남규 / 건축구조기술사]
"현장을 다니다보면 건물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들을 가끔 보거든요. 안전이 제일 중요한데 그 안전에 대해서 건물주라던지 세입자 분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때 좀 안타까웠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은지 30년이 넘은 노후 건물은 전국에 260만 동.

설마하는 안전불감증과 실효성 없는 안전 대책이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시한폭탄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김지희
구성 :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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