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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더깊은뉴스]가짜 증인에 판검사도 속았다
2018-07-16 19:46 뉴스A

가족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 "거짓 진술을 해달라" 부탁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상황이 '무고죄'를 짓게 만드는데요.

경남 남해에서는 있지도 않은 현금절도 사건을 만들어 냈다가 3년 만에 들통이 난 기막힌 사연도 있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경남 남해)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인구 4만 7천 명의 작은 도시.

혈연, 학연으로 촘촘히 엮여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압니다.

그런데 최근 이 곳에 사는 50대 여성 3명이 한꺼번에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남해 주민]
"동네 차 접촉사고, 살인사건도 없고 그런 동네지예. 이것들이 판검사를 속였는데."

2014년 50대 여성 A씨는 절도죄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읍내 노래방 동업자인 심 모씨 가방에서 현금 5백만 원을 훔쳤다는 혐의였습니다.

A씨는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지만 "돈을 훔친 걸 봤다"는 목격자 2명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결국 유방암까지 얻었습니다.

[A씨 / 피해자]
"맘고생 많이 했죠. 그걸로 인해서 난 암하고 지금 싸우고 있잖아요. 좁은 바닥이다보니까 마주치면 나보고 '도둑X' 이라고 하고 계속 이야기 하는 거라."

그런데 3년이 지난 2017년 9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관계도 심 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오모 씨가 '양심 고백'을 하겠다며 A씨를 찾아왔습니다.

"심 씨가 지인들을 매수해 가짜 증언을 요구했고, 자신도 모의에 가담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오 씨 / 심 씨 지인]
"내 마음에 최고 걸리는 게 그거였는데. 제가 양심고백을 해서 '언니야 나는 다 알고 있어, 언니 누명 벗겨줄게' . 저도 그때는 심 씨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재수사에 나섰고, 이희성 검사팀은 휴대폰 감식을 통해 절도사건 발생 당시 A씨가 남해가 아닌 부산에 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했습니다.

재수사 결과 500만원 절도는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거짓 증언을 한 2명은 심 씨와 철저한 '갑을 관계'였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희성 /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
"목격자로 증언한 분들은 심 씨한테 채무가 많은 분들이에요. 심리적으로도 약간 지배당한 분들."

검찰은 심 씨 일당에게 무고 및 위증사실을 캤지만 그들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

공소사실이 인정돼 구속되고서야 "처벌받을 줄 꿈에도 모르고 한 일"이라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희성 /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
"법정까지 억울하다 했었거든요. 구속되고 나서는 분리가 되고 나니까 눈물을 쏟으면서 바로 자백을 하더라고요."

2016년 위증과 무고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만 2천 8백 건.

10건 중 7건은 친구나 직장,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 이었습니다.

무고 사범에 대한 처벌은 점차 강력해 지는 추세입니다.

죄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사법기능을 저해하는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

[김웅 /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책 '검사내전' 저자]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고소하는 게 많거든요. 수사를 해야하고 똑같은 분량의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고소사건은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죠."

한 해 고소, 고발된 인원은 74만 명. 일본의 60배에 달합니다.

[이희성 /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 ]
"(고소 사건 업무량이 얼마나 되세요?) 한 달에 170, 180건.

무고를 당하거나 위증을 당한 당사자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몇 년 동안 법정에서 싸워야 하고, 수사기관에서 싸워야 하거든요."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천종석
구성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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