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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구멍난 관리…깊어지는 ‘조현병 포비아’
2018-07-25 19:57 뉴스A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조현병. 조현병 환자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이제는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참혹했던 현장은 아수라장인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무너져버린 담장과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가구는 그날의 상황을 짐작케 합니다.

중증 조현병 환자 백 씨는 환청에 시달리다 집에 불을 지르겠다며 어머니를 위협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어렵사리 백 씨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백 씨 어머니]
"(아드님 때문에 지금 이렇게 됐는데.) 저도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서… 저도 모르겠어요."

7년 전에도 백 씨는 환경미화원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했는데, 이때 양극성 정동장애로 치료받은 전력이 양형에 참작됐습니다. 

하지만 버젓이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고, 군청의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됐습니다.

[C정신병원 관계자]
"'나 퇴원하니까 보건소에 알려주세요' 하는 그런 환자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지병 있다고 계속 쫓아가서 '당신, 병 있으니까 약 먹으세요' 강제로 못하잖아요."

[마을 주민 A씨]
"(병원에서) 빼내지 마라, 1년 정도 남겨놨다가 빼내라 했더니, 자꾸 아주머니가 빼내니까."

[전혜정 기자]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환청으로는 "나 너한테 관심 있어" 이런 일반적인 환청부터 "지옥에 가" 지시나 계시형, 그리고 "너 왜 이렇게 바보 같니" 모욕형 등 아주 다양한데요. 조현병 환자들은 이렇게 비현실적인 환청에 시달리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대부분의 중증 조현병 환자가 하루종일 시달리는 환청을 직접 경험해봤습니다.

쉴새없이 귀를 어지럽히는 환청을 견디는 것은 생각보다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현장음]
"어떤 소리가 나올지 모르니까 되게 혼란스러워요."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을 조현병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10년. 현악기의 줄을 조율하듯 잘 관리하거나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 건수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김현수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부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환자들 퇴원만 시키니까 사실 환자가 있을 곳이 없게 된 거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7년 째 조현병 아들을 돌봐 온 김모 씨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웃음치료사 자격증까지 땄습니다.

[김모 씨 / 조현병 환자 가족]
"좋은 인사부터 '잘 잤느냐' 좋은 이야기. 어디 가보니 맛있더라, 맛있는 거 있으면 나가서 먹고 와' (이야기를 해줘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한 아들은 이제 연구자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김모 씨 / 조현병 환자 가족]
"제일 안 해야 할 게 강요거든요. 무한, 무한으로 기다릴 수 있다, 무한으로 지지해줄 수 있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이관형 씨가 투병기를 펴내고, 팟캐스트 운영자가 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었습니다.

[이관형 / '옥탑방 프로덕션' 대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사랑해주고, 기도해주고, 관리해주고… 그걸 15년 동안 받았거든요."

이들의 꿈은 일반인들이 누리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좋은 사람들 만나 사이좋게 지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밤에 잠 잘 자고. 그게 제 인생의 목표에요."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전혜정 기자 hye@donga.com

연출 : 이민경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전유근
촬영협조 : 김광림 의원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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