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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의 현장칼럼]KLA 김현희, 그리고 ‘광장’ 이명준
2018-07-30 19:57 정치

[88년 1월 15일 KBS 9시 뉴스 앵커 멘트]
"KAL기 폭파사건은 7년 8개월 동안 밀봉교육을 받은 북한 외교관의 딸 김현희가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987년 11월, KAL 858기가 공중 폭발됐습니다.

[김현희]
"9시간 후로 폭파용 스위치를 동작시켰습니다."]

전두환 정부는 북한 소행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김현희는 가짜다.” 이런 주장과 함께진보단체와 '일부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현희의 자백 외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3만 쪽에 이르는 자료를 다시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소행이라는 결론은 같았습니다.

그 후로 12년. 다시 김현희가 등장합니다.

유가족이 김현희가 자신들을 ‘종북세력’으로 비판했다며 경찰에 고소를 한 겁니다.

그리고 다시 진상 규명을 요구했습니다.

김현희는 가짜다. 아니다. 진짜다. 이런 논란으로 30년이 흘렀습니다.

김현희는 가해자입니다.

동시에 끔찍한 체제의 피조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115명의 피해자와 그들 가족의 눈물은 아직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현희나 유족이나 냉전과 분단이 만든 비극으로

지난주 타계한 소설가 최인훈이 작품 <광장>에서 그려낸 이명준과 다를 게 없습니다.

소설 속 이명준은 해방 직후 <광장이 없는 밀실> 같다면서 남한을 떠나 북한으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조작된 광장>에 환멸을 느끼죠.

결국,전쟁 후 괴로움 끝에 남도 북도 아닌 제3국행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바다에 몸을 던지게 되죠.

12년 전 노무현 정부의 재조사로 일단락됐던 칼기 논쟁이 재부상하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진실을 가려낼 능력이 있는지, 승복할 준비가 돼 있는지,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위로의 손을 내밀 수 있는지...

그런 공정한 광장을 갖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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