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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번호판 불 끄고 불법 질주, 도대체 왜?
2018-08-01 20:03 사회

어두운 밤 차량 후미 번호판의 불을 끄고 달리는 차량들이 있습니다.

차량번호를 숨기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사공성근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사공성근 기자]
"지금 시간은 자정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늦은 밤에 교통사고가 나게 되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차량 번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법상 밤에는 차량 번호판에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요.

실제 도로 위 상황은 어떨까요?"

빠른 속도로 앞질러가는 승용차. 살펴보니, 번호판 미등이 꺼져 있습니다.

연이어 나타나는 다른 차들도 번호판이 깜깜합니다. 쓰레기 수거차와 콜밴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금 앞차가 번호판 등이 꺼진 상태인데요. 눈으로는 번호를 확인하기 힘들겠죠?"

도심을 벗어나 가로등이 줄어들자 번호판은 더욱 보이지 않습니다.

나란히 달리는 두 대의 차량.

더 가깝게 있는 차는 미등이 꺼진 탓에 번호를 육안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블랙박스 카메라로는 더욱 안 보입니다.

취재진은 이날 1시간 동안 서울 강변북로를 달리며 번호 등이 꺼진 차량 30대를 발견했습니다.

택시의 경우 10대 중 3대가 번호판 미등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실제 기자가 미등이 꺼진 택시를 타봤습니다.

[ A 씨 / 택시기사 ]
"이게 소모품이다 보니깐. (번호판 미등이) 끊어지는 수가 있는데. 운전수가 끄는 게 아니에요."

이 택시는 규정 속도를 두 배 넘겨 시속 150km로 달렸습니다.

택시 업계에선 번호판을 끄고 주행하는 것은 공공연한 '관행'이라고 합니다.

[ B 씨 / 택시기사 ]
"그거 나쁜 놈들이에요. 밤에 속도 내고 다니는 차들 그런 차들은 일부러 끄죠. 아주 못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거예요."

과속 운전과 승차거부 등에 대한 신고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겁니다.

번호판을 판독하기 어려운 상태로 방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3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단속은 제대로 되고 있을까.

[경찰 관계자]
"번호판이요? 번호판에 관련된 규정은 여기에는 없거든요. 일반적인 사항은 아닌 거 같은데."

기자가 "번호판 미등이 꺼진 차량을 찾았다"고 제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경찰 관계자]
"블랙박스에 보이지 않는다든지 인식이 안 된다는 것은 어차피 순간적으로 안 보일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최근 서울 용산역 근처에서 지나가는 택시에 치인 서모 씨.

택시 미등이 꺼져있어 번호를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경찰에 신고조차 못 했습니다.

[서모 씨 / 택시 피해자]
"이거 자체가 뺑소니잖아요. 번호판이라도 기억을 하려고 봤는데,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잘 인식이 안 되더라고요."

시민들의 피해가 잇따르지만 허울뿐인 규정과 단속.

오늘도 번호판의 불을 끈 차량은 도로 위를 질주합니다.

채널A 뉴스 사공성근입니다.

402@donga.com
연출 : 김남준
구성 :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 김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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