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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저소득층 부담 주는 ‘시대착오 누진제’
2018-08-10 19:50 뉴스A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우리 가정에서 쓰는 것은 13%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많이 쓸 때 더 비싸게 값이 매겨지는 누진제는 이런 가정용에만 적용되지요.

대통령은 "냉방은 기본적 복지"라고 했는데, 이런 누진제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허욱 기자가 더깊은 뉴스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기록적 폭염이 강타한 올 여름 박정심 씨 가족에게도 에어컨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었습니다.

[박정심 / 경기도 고양]
"어휴 너무 더워서 방구석에 못 있겠다. 너무 덥다야. 어휴 더워."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손주들도 더위에 지쳐 보입니다.

[박정심 / 경기도 고양]
"시원하지? 어휴 더워. 시원하다."

냉방기 가동이 없던 5월 전기사용량은 전국 가구 평균인 346kw/h.

하지만 본격적인 찜통 더위가 찾아오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했습니다.

[최윤지 / 박정심 씨 딸]
"잘 때도 계속 틀어놓는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지만 아이들이 자다가 깨요. 잠깐 끄면. 기가 막히게 더워지니깐 바로 알더라고요."

6월 사용량은 411kw/h로 전기요금 누진제 3단계 구간에 진입했고, 이번 달엔 24일만에 550kw/h를 넘겼습니다.

이 추세라면 한달 사용량은 744kw/h로 18만2000원의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올 판입니다.

전기 사용량은 2배가 채 안되지만 요금은 3배 가까이 내게 되는 겁니다.

단계를 나눠 사용량 증가에 따라 가중부담하는 누진제의 위력입니다.

일반용 전기요금으로 분류돼 누진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 카페.

천장에 달린 에어컨 두 대가 하루 종일 가동됩니다.

사용하는 양 만큼 전기요금을 물면 되는 탓에 요금폭탄에 대한 두려움은 덜합니다.

[김모 씨 / 점주]
"전기요금까지 생각할 것 없이 에어컨은 아끼지 않고 트는 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 국가들의 경우 주택용과 산업용 전기사용 비중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주택용 사용비중은 13%에 불과합니다.

누진제가 도입된 것은 1974년.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목적인데 상대적으로 사용비중이 적은 주택용에만 누진제를 적용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약합니다.

도입당시 강조됐던 소득 재분배 효과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입니다.

오히려 누진제가 저소득층에 대한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많은 저소득 가구가 부유한 1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지원하는 셈입니다.

한전 관계자도 현실을 인정합니다.

[한전 관계자]
"(누진제)설계를 다시해야하지 않나. 이제는. 전기요금 1단계, 싼 요금(혜택)이 저소득층에게 가는 건 아니라는 거죠. 시대적으로. 옛날에 비해 바뀐거죠."

한전이 누진제 폐지에 소극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산업용 전력을 전기생산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상황에서 가정용 전력이라는 핵심 수익원을 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
"가장 쉬운 해법인 가정용 전기료만 갖고 그러고(수익을 내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비정상적인 구조예요."

곽상언 변호사는 한전을 상대로 5년 째 전기요금 반환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곽상언 / 변호사]
"(전기요금 누진제는)자신의 생활에 필요한, 생존에 필요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도 더 많은 요금을 납부하게 하는 나쁜 제도죠."

정부는 이번에도 한시적 전기요금 인하라는 타협책을 택했습니다.

아열대 기후처럼 변해가는 한반도 현실을 감안해 누진세 폐지를 포함한 과감한 새틀짜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김지희
구성 : 지한결 이소연
그래픽 :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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