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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못 참겠다” 여성들은 왜 광장에 나왔나?
2018-08-17 20:00 뉴스A

내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성폭력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5차 집회가 열립니다.

안희정 전 지사 무죄 선고나 여성 대상 성범죄 처벌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젊은 여성들이 광장으로 모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유림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서울 월곡지구대 최영주 경사. 지난 해 4월 퇴근길 지하철에서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찍는 남성을 우연히 적발한 뒤, 반년 동안 같은 수법의 몰래카메라 범죄자를 23명이나 붙잡았습니다.

몰카범들은 대부분 "장난으로 찍은 것" 이라고 둘러댑니다.

[최영주 / 서울 월곡지구대 경사]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잖아요. '범죄가 별 거 아니다, 이건 금방 할 수 있다, 이게 뭐 범죄냐' 이런식으로…."

[김유림 기자]
"평범해 보이는 사무실인데요. 이곳에는 몰래카메라 4대가 설치돼있습니다. 이 명함지갑과 차키, 물병에는 몰래카메라 렌즈가 있고요. 심지어 이 여성용 가방 한쪽 면에도 몰래카메라 렌즈가 숨겨져 있습니다."

아무리 주의깊게 보더라도 전혀 눈치 채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니 요즘엔 이렇게 몰래카메라를 적발하는 탐지기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몰래카메라를 둘러 싼 창과 방패의 싸움입니다.

서울 도심에서 4차례 열린 몰카범죄 규탄대회에 참석한 20대 여성 3명.

"여성 대상 성 폭력에 대한 공포는 일상이 된지 오래"라고 말합니다.

[A씨 / 23세]
"화장실에 (카메라) 구멍이 제가 생각한 거보다 너무 많고 이건 누가 봐도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B씨 / 23세]
"밤에 길을 걸을 때 뒤를 자꾸 돌아보고. 엘리베이터에 어떤 남자가 같이 타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자는 99%가 남성이지만 70%는 벌금형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반면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의 피고인 여성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자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B씨 / 23세]
“이제까지 남성(피의자)한테 처벌을 한 수준과 비교해 봤을 때 홍대 몰카 올린 그 여성분이 받게 된 형량이 상대적으로 지나쳤다, 이렇게 느껴질 수밖에….“

과격성 논란을 빚고 있는 워마드와 도심집회에 참석하는 대대수의 여성들은 무관하다는 말도 합니다.

[C씨 / 23세]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안 들어주니까. 드디어 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준다는 그런 용기가 생긴 거 같아요."

2012년 성폭력처벌법에는 원치 않는 영상, 사진 등을 찍어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하지만 법 시행 6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확한 양형기준이 없어 '고무줄 판결'이 나온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김영미 /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에 피고인들도 '내가 이렇게 찍는 걸로 벌금형만 내면 끝이네?'라고 생각하다보니 계속 재범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리벤지 포르노, 몰래카메라 등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대량 올리거나 유통해도 성폭력처벌법에 저촉되지 않고 그런 영상을 유통해 얻은 수익을 몰수하는 법안은 아예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일상적인 공포에 고스란히 노출된 한국의 여성들. 그들을 보호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은 너무도 허술한 것이 현실입니다.

[C씨 / 23세]
"잠재적 범죄자는 기분이나 나쁘지, 잠재적 피해자는 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 화장실을 못 가고, 집을 혼자 못 가는데."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김남준
구성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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