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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의 현장칼럼]이산가족 상봉, 또 다른 ‘가슴앓이’의 시작
2018-08-20 20:03 사회

아들을 군대에 보낼 때건, 병든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낼 때건, 가족과의 이별은 고통입니다. (영화-애자)

분단으로 헤어져 살게 된 수 백만 명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분들은 지금까지 모두 13만 명.
눈에 밟히는 고향을 그리며 65년을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비슷하게 분단의 역사를 겪었던 독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베를린 장벽이 들어서면서 생이별하게 된 가족들은, 손을 흔들며 눈물을 훔쳐야 했습니다.

오늘 이산가족 상봉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3년만이고, 분단 이후 21번째입니다.

570 대 1 확률로 재회의 기회를 얻은 방북 가족들은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3년 전 상봉 가족들을 동아일보가 추적 취재한 결과 예상 밖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헤어질 때 흘렸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한번 고통을 겪었던 겁니다.

다시 만날수도, 연락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가슴을 더 쳤습니다.

북녘 가족의 집에 TV를 놓아줄 수 있다면서 돈을 요구하는 브로커에게 속기도 했다는 겁니다.

상봉을 못해도 가슴을 미어지고, 상봉을 마치더라도 가슴앓이를 하게 되는 이 분들.

65년 전 분단의 상처로 오늘까지 누구보다 시리게 앓아온 분들입니다.

상봉을 정례화하자는 제안도, 상봉 후 서신교환만이라도 하자는 설득도 수십년 동안 좌절됐습니다. 부디 어르신들이 이번 한 주만큼이라도 마음속에 쌓였던 이야기들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금강산 호텔에서 가족상봉을 하는 실향민들이 망향의 아픔을 달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픽 : 이수정 디자이너
연출 : 황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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