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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정신 차리고보니 나도 가해자…뒤늦은 후회
2018-10-17 20:05 뉴스A

보이스피싱 사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범죄조직에 가담한 이들 가운데 20대 청년들도 적잖게 등장합니다.

채널a 취재팀이 만난 청년은 뒤늦은 후회를 털어놓았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한적한 주택가를 서성이며 한참을 통화하는 여성. 30여분 뒤 말쑥한 양복차림의 젊은 남성이 서류를 보여주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갑니다.

지방에서 올라온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힘들게 모은 돈 900만원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당신 명의의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보이스피싱 한 통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5년 간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원에 이릅니다.

주로 수사기관이나 금감원을 사칭하는데 10건 중 7건은 20~30대 여성 피해자였습니다.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 여성이 손 쉬운 타깃이 되고 있는 겁니다.

[차모 씨 / 보이스피싱 피해자(25)]
"법 쪽 관련해서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 생각이 들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뭔가 잘못됐다고 하니까 무섭고. 아는 게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주로 중국에 거점을 두고 차명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는 보이스피싱 조직.

피해자 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불법에 동원되는 사람들도 20대 청년들이 많습니다.

사기에 가담했던 20대 청년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돈을 받아 중국에 송금하는 전달책 역할을 하다 붙잡힌 21세 청년은 고등학교를 나와 1년간 공장에서 일한 것을 빼고는 사회 경험이 없습니다.

[B씨 / 보이스피싱 사기 가담자]
"SNS에, 페이스북에 '알바 구한다'고 글을 올렸는데 댓글로 소개시켜준다고 해서. 제가 속인거죠. 부모님한테 사무직으로 취업했다고. 되게 간단한 일이다. 고객을 만나서 서류에 사인 받고, 받는 돈 입금하면 된다. 회사 측으로."

한번 돈을 받아 입금할 때마다 40만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B씨 / 보이스피싱 사기 가담자]
"돈을 되게 상당히 많이 주니까 일도 되게 편하기도 하고. 저는 일을 해보긴 해봤는데 그렇게 큰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어요.

얼마가지 않아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B씨 / 보이스피싱 사기 가담자]
"처음에 일을 구할 때 저희 어머님 연락처라든지 그런 걸 다 알려달라해서. 만약 저희 가족한테 해코지가 올까봐.
사죄를 드린다 한들 그분들이 용서 안 해줄 것 같으니까... 제가 지은 죄는 벌 달게 받겠습니다."

SNS나 인터넷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에는 "대포 통장이나 대출금을 회수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구인공고를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말은 텔레마케팅 아르바이트라고 하지만 사실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입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게 해 뒀다며 안심 시키기도 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관계자]
"동일전과 없다 하셨죠? 만약 잡힐 때 어떻게 행동을 해야되는지,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 저희가 다 해결을 해드리니까.

(만약 한국에서 잡히면?)

저희가 다 끄나풀이 있어요. 서울중앙지검에도 실질적으로 있고 변호사부터 경찰라인까지 다 있기 때문에 전과만 없으시면 깔끔하게 다 해결해드리는 거죠."

[최익상 / 서울 남대문경찰서 강력팀장]
"(전달책) 모집을 할 때 신분증, 등본 같은 거 있잖아요. 얘에 대한 전화번호, 인적사항 모든 걸 다 알고 있어. 먹튀를 하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그걸 경찰에 또 신고를 한다니까."

최악의 청년실업이라는 현실 속에서 사회경험이 없는 20대들은 '고액알바'의 유혹속에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고 있습니다.

[c씨 / 전직 보이스피싱 전달책]
"그냥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제가 구치소에 있었다 그랬잖아요. 저랑 비슷한 사람이 한 5명? 진짜 심각해요."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이민경
구성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전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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