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같은 옷, 다른 느낌? 같은 팩트, 다른 시선?
2018-11-05 21:12 정치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승련 앵커입니다. 앞으로 [뉴스A] 앵커로 일하면서 갖게 된 생각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제목] 같은 옷, 다른 느낌? 같은 팩트, 다른 시선?

뉴스를 어떤 앵커 멘트로 전달하느냐는 저에겐 매일 매일의 고민이자 사투입니다.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뉴스 역시 같은 팩트라도 앵커가 어떤 시선으로, 뉴스 주인공에게서 얼마나 거리를 두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뉴스의 아우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시청률이 달라지기도 하죠^^)

시청자 여러분과 나누는 첫 글,

종편 4사 메인뉴스의 머릿기사 앵커멘트를 비교해보겠습니다. 10월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 <미국 승인(approval) 없이는 한국은 대북제재 못 푼다>를 다룬 기사입니다. 저도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

[JTBC 손석희]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말인데, 여기서 그들은 한국 정부, 우리는 미국 정부를 가리킵니다. 어제(10월 10일) 이슈가 됐던 이른바 5·24조치 해제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승인 없이 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입니다. 좋게 생각해서 동맹간 협의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표현 자체로도, 또 외교적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먼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 내용, 워싱턴 김현기 특파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708986&pDate=2018101

▶▶▶ 늘 그렇듯 손석희 앵커는 멘트가 다른 앵커들에 비춰볼 때 길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면서 시작했구요. 좋게 봐주면 트럼프가 “한미가 협력하자”는 말이겠지만....이렇게 운을 뗐습니다만, 트럼프의 외교적 결례를 부각하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

[MBN 김주하]

"대북제재는 미국의 승인 사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한미 간에 협의로 진행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도 독자적인 대북제재 해제는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최중락 기자가 보도합니다.

http://mbn.mk.co.kr/pages/vod/programView.mbn?bcastSeqNo=1194645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말했고, 청와대는 이렇게 받아들였고, 우리 외교부는 청와대에 보조를 맞췄다. 김주하 앵커 역시 평소와 비슷했습니다. <가급적>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유지했습니다.

=======================

[TV조선 신동욱]

지금부터는 북한 비핵화 관련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어제 국회에서 524 대북 제재 검토를 언급했다가 사과까지 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는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승인이라는 표현이 우리에게는 상당히 불쾌하게 들립니다만, 어쨌든 미국이 한국의 독자 행동 가능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이유진 기자입니다.

http://news.tv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1/2018101190102.html

▶▶▶어제 강경화 장관의 국감발언(5.24 조치 해제 검토)을 해프닝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어 트럼프의 발언을 소개합니다. 한국인에겐 불쾌하게 들릴 수 있지만...이라며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거론했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 문장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한 트럼프의 경고라는 해석을 덧붙입니다.

=======================

▷ ‘같은 옷, 다른 느낌’처럼, 같은 팩트를 전달하는 앵커의 관점과 시선은 이렇게 달랐습니다.

이번엔 저와 여인선 앵커의 차례지요.

(채널A 김승련)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은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아직 의미있는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북한과 어느 정도 관계개선을 하는 게 적절한 속도일까요. 한미간에 이 대목에서 생각 차이가 뚜렷합니다.

(여인선 앵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도 미국의 승인 없이는 5.24 조치 같은 대북제재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3번 반복했습니다. 첫 소식, 강은아 기자입니다.

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116172&cateCode=0005&subCateCode=000500

▶▶▶ 북한핵을 지난 15년 동안 취재해 온 저로서는 김정은이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김정은은 지금까지 말로는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아직은 선뜻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 다릅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말과 행동을 가급적 선의로 해석합니다. 아니면 속으로는 김정은을 믿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설득해 내기 위해 북한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겠지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말로는 칭찬을 할지언정 북한에 1달러라도 들어가는 행동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장사를 해 보니, 상대를 거칠게 다뤄야 내가 원하는 걸 얻는다는 자신의 지론을 입증하고 싶은 거겠지요.

저는 뉴스 앵커멘트에서 제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양쪽 대통령 사이에서 지금 이 시점에 누구의 선택이 더 적절한지를 시청자에게 묻는 것(“이런 북한과 어느 정도 관계개선을 하는 게 적절한 속도일까요.”)으로 앵커멘트를 갈음했습니다.

▷첫 글을 마칩니다. 여러분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의견을 보태주신다면, 함께 공감하고 싶습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