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전교 1등이 단골”…‘대치동 물범탕’의 진실
2018-11-23 14:39 사회

찬 바다에 사는 물범입니다.

이 물범이 사교육 1번지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보양식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업체의 광고처럼 오메가 쓰리가 듬뿍 들었을까요.

채널A 취재팀의 성분분석 결과 이런 물범즙 110봉지를 먹어야 이런 알약 1개에 든 만큼의 오메가 쓰리를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유명입시 학원들이 즐비한 서울 대치동의 한 유명 건강원. 커다란 가마솥에서 뭔가가 푹푹 고아지고 있습니다.

수험생들 사이에 보양식으로 입소문이 난 물범탕입니다.

수능시험이 다가오면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듭니다.

[A 건강원 관계자]
"물범 **탕. 6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가거든요. 들어오면서 가마솥 보셨죠? 4박 5일 동안 달여요."

한 달 치 가격은 50만 원. 비싸지만 값어치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A 건강원 관계자]
"먹었을 때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확 올라오거나 그런 건 일도 아니에요. 전교 1등 모의고사 성적표 몇 년째 대대로 다 거의 저희 손님 애들이었고…"

사교육 1번지로 통하는 이곳에서도 이미 입소문을 탔습니다.

[학부모1]
"체력이 아무래도 좋아지는? 많이 먹이긴 하는 것 같아요."

[학부모2]
"수험생 되면 체력이 떨어지니까 보약을 먹이는 경우도 있고 물개즙 먹이거나 나름의 보양식을 먹이는 거예요."

물범은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국내 최대 약재 시장인 서울 경동약령시장. 건강식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습니다.

[현장음]
"물개?? 물개는 못 들어 봤어."

[현장음]
"물개를 달인다고? 처음 듣는데."

수소문 끝에 물범고기를 취급하는 업체를 찾았습니다.

[현장음]
"뭐 찾으세요?"

(물범.)

[현장음]
"다 캐나다에서 오는 거예요."

(이건 부위가 어디에요?)
"이건 부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얘네들이 물범을 잡으면 해체하고 모피는 유럽으로 수출하고 안에 내용물은 자기들이 필요한 거 쓰고 나머지는 필요한 나라로 수출하는 거예요."

상자에 적힌 수입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물범육 수입업체 사장]
"건강원 대주는 가격이요. (10kg에) 15만 원에 나갑니다."

냉동창고엔 캐나다산 물범 고기가 상자째 쌓여 있습니다.

[물범육 수입업체 사장]
(이건 껍질이에요? 고기 색이 왜 이래요?)
"껍질은 다 벗겨 냈지. 고기 색이 그런거지 고기가. 껍데기는 비싸죠. 털(가죽) 빼고 나면 지방질 그거는 오메가3 기름 짜가지고 오메가3 만드는 겁니다."

물범 가죽은 모피로 쓰이고 오메가3는 지방질에서 추출합니다.

나머지 살코기와 뼈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

물범에 오메가3와 DPA 등 불포화지방산이 많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김영성 / 신한대 바이오생태보건대학장]
"이론적으로 살코기에는 단백질, 칼슘 함량은 있을 수 있지만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은 극히 적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범 고기와 한 건강원에서 파는 물범즙에 대해 성분분석을 해봤습니다.

물범고기에 있는 오메가3 지방산 함유량은 0.58%. 고기를 달여 만든 물범즙에서는 고작 0.01%의 오메가3 지방산이 들어있을 뿐입니다.

물범즙 110봉지를 먹어야 오메가3 한 알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취재 결과 현지에서 수입해 오는 물범 고기의 가격은 kg당 3.5 캐나다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천 원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건강원은 효능을 과장하고 있습니다.

[B 건강원 관계자]
"굉장히 칼슘이 많고 오메가3가 많은 게 물개에요. 이게 드신 분들. 저희가 한 달에 60~70개씩 팔아요. 솥이 없을 때도 많아요. 오늘은 솥이 있는 거예요."

몸에 좋고 성적도 오른다는 말만 믿을게 아니라, 효능과 함유량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정하니 기자 honeyjung@donga.com

연 출 : 김지희
구 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전유근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