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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말하지 못한 엄마의 비밀…가정폭력
2018-12-07 20:07 사회

인천 주택가에서 이혼 소송중인 아내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에게 법원이 징역 25년형을 선고했습니다.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아버지를 엄하게 처벌해 달라는 딸의 호소가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살인까지 부르는 가정폭력의 실태를 심층취재했습니다.

전혜정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책임감 강했던 누나는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유족]
"솔직히 싸운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지, 저희 걱정할까 이야기를 안 한 것 같기도 하고요."

집에서 찾아 낸 누나의 일기, 결혼 생활 내내 견뎌야 했던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유족]
"눈물이 앞을 가렸다. 울면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이 옆에서 자고 있었는데 안 깨서 다행이었다… "

마지막 비상구로 이혼을 요구했지만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성실한 과일가게 사장인 줄로만 알았던 남편은 집에서는 돌변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A씨]
"완전히 X 끌고 다니듯 이 방 저 방 다 끌고 다니고. 옷도 다 찢고 그러니까…"

참다못해 친정에 알리겠다고 하자, 남편은 흉기를 들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A씨]
"부엌에서 흉기를 딱 꺼내오더라고요. '죽을래 아니면 (방에) 들어갈래. 너 가면 너도 죽고, 너희 부모도 죽고 다 죽여버릴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흉기를 문에 확 꽂아버리는 거예요."

해명을 듣기 위해 찾아간 전 남편,

[A씨 전 남편]
"(인터뷰) 안 해요. 안 해요. 절대 안 해요."

가정폭력이 아니라 부부싸움 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친정에도 말하지 못한 비밀,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못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B씨]
"(경찰에) 제가 아이들 때문에 처벌 안 한다고 했어요. 그냥 저는 이혼 안 할 거니까 처벌하지 마세요. (시간을 돌린다면?) 지금은 (신고)할 거예요. 그럼 몸이 (지금까지) 이렇게 아프지도 않을 거고… "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지난달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진선미 / 여성가족부 장관]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를 추가해…"

5년 전 재탕같아 보입니다.

[조윤선 /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2013년)]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피의자들이 악용했던 반의사불벌 조항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집안 일은) 가장의 책임하에 정리하는 게 옳다는 사회적 문화가 있어 사법제도가 개입하기를 꺼리고, 이런 것을 가해자들이 너무 잘 아는 거죠."

술자리가 잦은 연말이면 가정폭력 신고도 늘어납니다.

[이지은 / 서울 연신내지구대장]
"술을 마시면 무방비 상태로 그대로 다 보이잖아요. 살인이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더라고요. 가정폭력이."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지난해에만 27만 건에 이릅니다.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하는 생각보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신속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A씨]
"'나아지겠지' 하고 버티는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과감하게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부끄러워 숨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hye@donga.com
연 출 : 송 민
구 성 : 지한결 변아영
그래픽 : 전유근
취재협조 : 배드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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