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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용마산 산양 4개월째 실종 (저용량티비 EP.18)
2018-12-08 16:54 사회

수풀 속 위태롭게 몸을 숨긴 동물 한 마리.

회갈색 털과 뾰족한 뿔, 흰 발 멸종위기종 1급 산양입니다.

지난 여름 서울 용마산에서 드론으로 촬영된 영상인데,
산양은 불안한 듯 자리를 뜨지 못하고 드론의 움직임만 경계하고 있습니다.

7월 말 갑자기 존재를 드러내며 온 세상을 놀래킨 용마산 산양.

[손장익 /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장]
"제가 연락을 받고 처음에 '서울에 산양이 나타났다'고 얘기를 해서 '이 분(제보자)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지'라고 솔직히 그렇게 느꼈습니다. 저는 다른 동물을 산양으로 착각한 게 아닐까…."

[기자]
"노루나 고라니?"

[이동운 /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 팀장]
"흑염소랑 착각을 하셔서 제보를 많이 하시거든요."

[손장익 /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장]
"(그런데) 그 분이 촬영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 사진을 좀 봤으면 좋겠다'해서 사진을 받고 딱 보는 순간 정말 충격을 받았죠. 정말 산양이 맞더라고요."

배설물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 마리가 아닌 암수 한 쌍이 사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환경부는 산양이 용마산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보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경노 / 산양 최초 제보자]
"(산양 잠자리) 위치가 배드민턴장 위에 있었거든요. 걔가 항상 쉬는 곳이었는데 그 곳을 하도 드론이고 뭐고 띄워서 계속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얘가 도망을 갔죠. 딴 데로."

산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제보자의 증언.

종복원기술원이 설치한 무인센서카메라 7대에는 산양의 모습이 찍혔을까.

[이동운 / 종복원기술원 북부복원센터 팀장]
"8월까지 확인하고 그 후에는 지금 저희 카메라에서는 (산양이) 확인이 안됐거든요."

카메라에 담긴 산양 사진은 총 3장. 모두 수컷 산양으로 추정됩니다.

8월 4일 새벽 5시 반을 마지막으로 산양은 보이지 않는데. 정말 사라진 것일까.

의문을 풀기 위해 야생동물 전문가와 함께 용마산을 찾았습니다.

공원 입구부터 야호 소리가 귀를 찌릅니다.

[현장음]
"야호! 야호!"

산양에겐 위협적인 큰 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절벽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니 콩자반 같은 알갱이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산양이 살았다는 증거, 산양 똥무더기입니다.

"산양이 최소 1년 반 정도 배설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장실입니다. 여기 이렇게 똥이 있는데요. 땅을 계속 파도 똥이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산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배설물, 털뭉치, 잠자리, 발자국을 여러 개를 발견했지만

산양의 것이 맞는지, 아니면 최근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박병권 /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아무리 섞어놔도 혼돈할 수가 없을 정도로 형태가. (산양 배설물은)형태도 크고 길고 납작하고, 고라니는 동글한 형태고요"

[박영철 /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
"어떤 게 문제가 있느냐면 (끝이) 약간 찌그러져 있지 않습니까. 찌그러져 있고 약간 뾰족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것도 어쩌면 배설물 크기만 보면 노루가 고라니 보다는 약간 더 크거든요. 이건 고라니 같고, 이것도 고라니 큰 개체 아니면 노루일 가능성이 있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왜 1년 넘게 용마산 절벽을 누비던 산양이 왜 도망가버린걸까.

고장난 드론이 절벽에 붙어있습니다.

[박병권 /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정도로 동물들은 감각이 뛰어납니다. 그래서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을 거에요. 게다가 새도 아닌데 불빛도 가끔 나기도 하면 사실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죠. 드론을 띄워서 촬영한다는 것은…."

천적의 접근이 어려운 절벽을 좋아하는 산양.

이곳 용마산이 산양에겐 겉으로 멋진 아파트일지 몰라도, 층간소음 못지 않은 인간의 소리,
사생활 보장이 안되는 환경은 산양에겐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11월 다시 산양을 봤다는 주민 제보가 있지만 그 실체가 확인되진 않은 상황.

환경부의 대처가 궁금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무인센서카메라에) 안 찍혔으면 어떤 대책이 있겠습니까. 있던 동물이 다른데로 갔거나 그런 거 같은데…."

'수도권 산양 보호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겠다던 환경부. 그 약속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기자]
산양 관리에 대해서 어디가 중심이 되어야 할까요? 기관들 중에?

[환경부 관계자]
저희가 중심이 되긴 되어야겠죠.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생태원, 산하기관 모두 관련되어있고. (서울시 등) 지자체도 관련되어 있고 하니깐. 근데 뭔가 우리가 어떤 걸 해야되느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뭔가를 꼭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사실 없거든요."

백두대간을 자유롭게 누비며 영험한 동물로 불리던 산양.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들어왔지만 아직 삶의 환경은 냉혹하기만 합니다.

조만간 다시 발견된다면 다행이겠지만 더 혹독한 겨울이 오기 전에 확실한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영상취재·편집: 김송은 이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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