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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임세원 “내 일은 행복을 찾아주는 일”
2019-01-14 20:07 뉴스A

정신과 진료를 하다 환자에게 공격받아 숨진 고 임세원교수.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보다는 간호사들을 대피시키려 애썼습니다.

전혜정 기자가 임세원 교수의 삶을 되돌아 봤습니다.

[리포트]
[현장음]
"주변에 비슷한 사람이 지나가면 너 같고, 군중 속에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백종우 교수는 30년 지기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매사에 진지해 독일병정이라 불렸던 친구.

하지만 장병들의 자살예방에 대한 연구물이 국방부 자료로 채택된 날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백종우 / 고인의 30년 지기]
"표정이 뻣뻣해요. 너무 진지해서… 그런데 이때는 진짜 환하게 웃어요."

평생 연구를 하고 싶다며 대학병원에 남은 임세원 교수는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제자들을 가르쳤고,

[권용석 / 고인의 제자]
"제자가 원장이 되면 굉장히 뿌듯해하시고, 좋아하셨는데 그 때가 이제 마지막이 됐죠."

새해에는 또 다른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이민수 / 고인의 스승]
"죽기 일주일 전 연락이 왔어요. '교수님 제가 이제 우울증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마음의 우울에서'(라고)."

제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회한이 밀려옵니다.

[이민수 / 고인의 스승]
"그 제자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내 일은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다." (고인의 저서 중에서)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에게는 세상을 잃어버린 충격처럼 다가옵니다.

[신동윤·최병희 부부 / 고인이 돌본 환자]
"진료 끝나면 꼭 따라 나오셔서 '좋은 날로 예약해드리라'고 간호사에게 부탁하고 들어가시고, 그 정도로 자상하셨어요."

다시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진 이들에게도 큰 슬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김모 씨 / 고인이 돌본 환자]
"그 범인은 선생님만 살해한 게 아니라 환자 모두의 심정을 다 죽인 거예요. (환자들이) 마음의 길을 잃은 거예요."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것… 무엇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포기하지 않는 것." (고인의 저서 중에서)

유족들은 고인을 기리는 마지막 추모식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슬픔을 뒤로하고, 이젠 또다른 임세원이 나오지 않도록 진료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침묵의 외침입니다.

[신영철 / 고인의 동료(대독)]
"남편의 아픈 죽음이 꼭 임세원법으로 결실을 맺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족도 이에 함께 하겠습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간호사들을 먼저 걱정한 임세원 교수,

그리고 가족을 잃고도 또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걱정한 유족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전혜정입니다.

hye@donga.com
연 출 : 김남준
구 성 : 지한결 손지은
그래픽 :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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