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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피해자가 숨어다니는 잔인한 학교폭력
2019-03-08 20:07 뉴스A

권투선수 출신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해 췌장까지 끊어진 고교생의 사건 기억하십니까?

이후 가해자는 큰 처벌을 면했지만, 피해자는 세상을 피해 숨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경기 의정부시]

음악가를 꿈꿨던 평범한 고교생 민섭이.

하루 종일 식사도 거른 채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습니다.

배에는 그날의 상처가 또렷합니다.

[민섭이 엄마]
"이 흉터가 그대로 남아있어요.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처럼."

지난 해 3월 31일 민섭이는 학교 친구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초등학교부터 같이 다닌 A군이 폭력을 휘두른 이유는 사소했습니다.

[민섭이 엄마]
"입에 담기도 험한 욕을 해가지고 그 여자애한테 그걸 민섭이가 알렸다는 거예요. (A군이) '그럼 한 대만 맞고 끝내자' 민섭이를 이렇게 잡고 이렇게 해서 그냥 이렇게 내려 친 거예요. 이종격투기 기술인 거예요"

A군은 전국 복싱 대회 수상경력이 있었습니다.

폭행 이후 A군은 화해한다는 명목으로 그날 밤 늦게까지 민섭이를 데리고 노래방과 영화관을 다녔습니다.

강하게 급소를 맞고도 바로 병원에 가지 못했던 민섭이는 다음 날 고통을 견디지 못해 병원에 갔지만 이미 췌장이 절단된 상태였습니다.

[조항주 /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민섭이 주치의)]
"쉽게는 안 다쳐요. 충격은 꽤 있었을 거고. 굉장히 중심에 있기 때문에 그 부위를 정확하게 맞아야 되겠죠."

사망확률 40%.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민섭이는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위원회는 A군 전학을 결정했지만 재심과 행정소송까지 진행하며 전학을 거부했습니다.

[의정부 OO 고등학교 교사]
"가해자 부모님이 전학을 안 가려고 소송을 건 바람에 이렇게 간 거고."

문제는 A군 폭력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

민섭이를 때리기 넉 달 전에도 다른 친구의 코뼈를 뿌러뜨려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학교측은 중립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의정부 △△중학교 교사]
"가해자도 우리 학교 학생이고 피해 학생도 우리 학교 학생인데 어느 편을 들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거죠."

그동안 A군에게 폭행당했던 피해자들까지 나서서 강력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법원도 폭행죄를 인정하면서도 나이가 어리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습니다.

[민섭이 엄마]
"(A군이) 민섭이한테 문자를 보냈어요 뭐 '너한테는 졸라 미안하다'. 다 욕이에요. 교통사고 정도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A군 아버지는 오히려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A군은 결국 강제 전학 됐고 치료비도 다 지급하는 등 충분한 사과를 했다는 겁니다.  

A군 아버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A군 아버지]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글은 적극적으로 쓰셨잖아요.)
죄송합니다."

지난 해 학교폭력으로 구속된 학생은 86명. 대부분 학생은 재범자입니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화를 시키지 않는 탓에 학교폭력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황수철 / 변호사]
"전과로도 남지 않고, 다른 일반 형사 사건에 비해 사회적 비난의 정도도 매우 낮기 때문에 학생들이 크게 경각심을 느끼지 않습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예전처럼 일상 생활을 하고 있는 A군.

민섭이는 어렵게 학교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세상을 피해 움츠러들기만 합니다.

또 다시, 민섭이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민섭이와 엄마의 유일한 바람입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연출 김지희
구성 지한결
그래픽 안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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