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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제주 명물 말고기의 불편한 진실
2019-05-17 19:51 뉴스A

한창 때는 한 마리에 수억원 이상하는 경주마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성적이 신통치 않게 되면 운명이 갈립니다.

식용으로 무분별하게 도축되는 경우가 있다는군요.

동물학대는 아닌지, 여기에 과연 식용으로 적합한지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계속되는 매질에도 트럭에 실려 있는 말들은 내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또 다른 말의 발목에는 경기용 보호장비인 붕대가 감겨 있습니다.

불과 72시간 전, 부산에서 시합에 나섰던 경주마 '케이프 매직'입니다.

[말 관리사]
"애지중지했던 아끼고 훈련시키고 관리했던 그런 말들이 육용으로…"

최근 미국 동물보호단체, 페타가 공개한 영상에는 은퇴한 경주마들의 비참한 최후가 적나라하게 담겼습니다.

조련사에게 순응했던 경주마들은 계속되는 몽둥이질에도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않습니다.

도축장 내부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동료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말들의 울부짖음이 가득합니다.

도축장면이 공개되지 않도록 적절한 가림막을 설치해야 한다는 동물보호법 위반논란도 불거졌습니다.

지난 한 해 이곳에서만 1천 마리의 말이 식용으로 도축됐습니다. 그중 400여 마리가 경주마 품종인 더러브렛 이었습니다.

이렇게 도축된 경주마들은 제주도 내 말고기 식당으로 팔려나갑니다.

이 식당은 제주산 말고기를 사용하는데 육회부터, 구이, 갈비찜까지 다양한 요리가 나옵니다.

[말고기 식당 관계자]
"드셔 봐야죠. 그래도 제주도 오면. 다른 데 가선 못 먹지 않습니까."

말고기로 쓰이는 품종은 주로 세 가지입니다.

[식당 관계자]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제주 토종 조랑말은 우리 한우. 한라마는 우리 육우. 경주마는 수입 고기."
"(우리는)직접 키우니까. 이건 한라마."

하지만 대부분 경주마 취급 사실을 알리지는 않습니다.

무분별한 도축은 부상을 입거나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경주마들을 처리하는 공공연한 수단입니다.

[마사회 조교사]
"한 달에 관리비가 170만 원 육박하니까. 감당이 안 되지. 아무리 비싼 말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무조건 은퇴를 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이용가치가 떨어진 경주마들은 헐값에 팔려 도축장으로 보내집니다.

[제주축협 관계자]
"어제 6마리 왔어요."

소비자들은 식용인지 경주마인지도 모른 채 고기를 즐기고 있지만 관리는 허술합니다.

[식약처 관계자]
"육안으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실험실 검사를 하죠. 경주마인 경우 식육마인 경우, 이런 걸 구분하고 있진 않습니다."

부상치료는 물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시로 약물을 투여하는 경주마가 식용으로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마사회 조교사]
"예를 들어 경기를 뛰었다. 조금 있다가 소염제 주사를 맞는 거지. (경주마는) 운동선수이기에 별 상황이 다 발생해요. 그럼 주사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마사회 측은 "약물치료 후 10일 이내에는 경주 출전을 제한하고 있어 약물 잔류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입니다.

[전 마사회 말 관리사]
"이런 경우가 제일 많아요. 육용으로 제주도에 가게 되면 그 긴 시간을 말이 마차를 타야 되잖아요. 소염제를 넣는 거죠. 그러면 안 되는데 말 쓰러지지 말라고. 버텨야 되니까."

제주도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선별적으로 하던 잔류검사를 확대해 모든 경주마에 대해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청]
"지금 자꾸 그런 우려와 걱정이 있어서… 더러브렛(경주마 품종)으로 들어오는 것들은 전 두수 모니터링을 해봐라."

경주마 도축은 현행법 위반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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