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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 간다]담배연기 가득한 ‘너구리굴’…간접흡연의 고통
2019-11-05 20:08 사회

금연 구역이 늘어났지만 거리에는 아직도 흡연자들이 많습니다.

거리에서 이들이 모여 담배 피우는 장소들을 가보면, 자욱한 담배연기도 고통스럽지만 마구 버린 꽁초로 하수구가 막히는 일도
많습니다.

김진이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이곳은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서울 광화문 거리입니다. 평일 점심시간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거리 전체에 흡연자들이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어서 솔직히 잠시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런 상습 흡연구역은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무엇이 문제이고, 흡연자들이 이곳에 모여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광화문 인근 대로변은 금연구역입니다.

금연구역에서 백 여 미터 떨어진 곳. 점심식사를 마칠 때쯤 가보니 직장인으로 보이는 시민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보행로를 완전히 점령해버린 흡연자들때문에 뻥 뚫린 야외인데도 너구리굴을 방불케합니다.

<비흡연자>
아, 담배를 왜 여기서 피우는 거야!

<비흡연자>
간접흡연이 몸에 더 나쁘잖아요. 저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에요?

약속이나 한 듯이 이곳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흡연자> 다들 그냥 여기서 피워서..
<흡연자> 여기도 흡연실이라고 생각하니까 오는 거예요.
<흡연자> 지정 흡연구역이 없으니까 여기서 피우는 거예요.

인상을 찌푸리는 비흡연자들이 많지만 금연구역이 아니어서 마땅한 해결책도 없습니다.

<종로구청>
저희 (종로)구가 별도로 흡연 부스라든지 이런 시설은 없는 상황인데요. 금연구역으로 되어있지 않는 구역들은 흡연자들을 계도 조치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서울 대학로에 있는 대학 병원. 정문 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약국 골목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주민>
아! 담배냄새! 아휴!

<주민>
(지나가는 사람이) 주로 환자들이잖아요. 담배 연기 안 맡아야 하는데.. 줄을 지어 피우는데 어떡해요.

<환자>
저 같은 경우에는 호흡기 환자이면서 폐동맥 고혈압 환자인데요. 병 나으러 왔는데 병 얻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환자들이 약국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 골목을 지날 수밖에 없는데요.

<약사>
앞에서 담배를 피워서 약국 내로 담배 냄새가 들어와요. 그래서 오죽하면 저희가 이렇게 써 놨거든요.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현관 위에 에어커튼까지 설치했지만 냄새를 완전히 차단하진 못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 강남역 일대.

흡연자들이 머문 자리에는 늘 담배 꽁초가 수북합니다.

구청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줄이고자 꽁초 수거함까지 설치했지만 무용지물.

<단속원/강남구청>
매일 단속하고 있어요. 쓰레기통이 있는데 바닥에 버리는 거예요. 여기(바닥)에 버리잖아요

담배꽁초를 버리면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됩니다.

<비흡연자>
길에서 흡연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피우는 것이 아닌가

길에 버린 담배꽁초는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는데요. 장마철 침수의 주요 원인이기도 합니다..

<서울시 강남구청 청소과>
담배꽁초가 많이 쌓여서 (하수구로 들어가면) 역류 피해가 있어서.. 2주에 한 번씩 치워도 이렇게 많이 나옵니다.

하수구 바닥에서 끊임 없이 나오는 꽁초.

구멍 한 개에서 나온 담배꽁초의 양은 과연 얼마나 될까?

개수를 일일이 세어보았는데요, 한 시간 동안 세어보니 무려 408개의 꽁초가 수거됐습니다.

물론 흡연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흡연자> 금연구역이 있으면 흡연구역도 있어야 하는데 금연구역만 있고 흡연구역이 많이 없어서.

실제로 서울에 금연 구역은 28만여 곳이 있지만 흡연구역은 6200곳에 불과합니다.

<서울시 강남구청>
흡연구역을 만들려면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곳에 만들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장소를 찾기 힘들죠.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서 매일 벌어지는 길거리 너구리굴 갈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간접흡연과 하수구 막힘현상 같은 부작용 때문이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금연을 다시 한 번 결심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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