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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요 뉴스]‘알츠하이머’라더니…골프 치던 전두환
2019-11-10 13:04 사회

"근대 세계는 셰익스피어와 단테가 나눠가졌다"고 할 정도로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 단테.

단테의 <신곡>에는 '레테의 강'이 등장합니다.

작품 속 여행자 단테는 천국으로 들어가기 전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기억을 모두 지우는데요.

'망각'을 뜻하는 레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후 세계의 강으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은 레테의 강물을 마시면서 과거의 모든 기억은 물론 얽힌 고통까지 깨끗이 잊게 됩니다.

때문에 망각은, 한편으로 축복이라는 의미도 갖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망자가 채 되기도 전에 일찍부터 레테의 강물을 들이킨 걸까요.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며 딱 잘라 말합니다.

[지난 7일, 전두환 / 전 대통령]
(광주 5·18 학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광주 나는 모른다.

(광주 시민 학살한 것에 대해서 반성 안하십니까? 사죄안하세요? 광주에 수백만 수천 명이 죽고 다쳤습니다)

나는 광주시민하고 상관없어.

30억이 넘는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올라있는 전 전 대통령.

거액에 이르는 추징금에 대한 질문에도 대답은 역시, 모르쇠입니다.

[지난 7일, 전두환 / 전 대통령] 

(천억 원 넘는 추징금 언제 납부 하실 겁니까? 한 말씀 해주세요)

네가 좀 내주라.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은 알츠하이머를 주장하며 재판 출석을 미뤄왔는데요. 5.18에 대해 모른다며 또렷하게 반박하는 모습, 그리고, 야외에서 몇 시간씩이나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은 오히려 그 연령대보다도 훨씬 기력이 넘쳐 보입니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골프를 치는 것과 알츠하이머는 '별개라고 주장'합니다.

[민정기 / 전두환 전 대통령 비서관]

아마 골프장을 떠나는 순간, 골프 친 사실 자체도 기억을 못하시고... 더군다나 누가 와서 질문한 것 이런 것도 기억을 못하실 겁니다.

사과와 반성은커녕 기억이 안 난다며 역사를 부정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마저 일게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라는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말처럼, 어쩌면 우리는 슬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레테의 강물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하루 앞두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지난날을 망각했다고 해서 과거의 고통과 진실까지 없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화나요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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