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김진이 간다]태풍 미탁이 남긴 상처…60cm 진흙으로 뒤덮인 논밭
2019-12-10 20:09 사회

지난 10월 초 한반도를 덮친 태풍 미탁 기억하십니까.

동해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복구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겨울 이재민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의 상황. 김진이 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제가 있는 이곳은 지난 10월, 태풍 ‘미탁’이 휩쓸고 간 강원도 삼척의 한 마을입니다. 당시 경북과 동해안 일대에 누적 강수량 500mm 가량의 물 폭탄이 떨어지며 그 피해 규모가 상당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침수와 매몰로 파손된 집들도 상당했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기둥조차 세우지 못한 집도 있습니다. 태풍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피해현장을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태풍 미탁이 동해안을 관통하고 지나가면서 전국 곳곳에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주민]
여기도 지금 보시면 더 무너지려고 하고 쭉쭉 더 무너지려고 하는데

주택이 무너지고 하천이 넘치면서 인명피해까지 속출했습니다.

피해가 특히 심했던 경북 영덕군.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축구장 3개 면적 규모의 밭에는 수확을 포기한 배추들이 있었는데요.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안 좋습니다.

[배추 재배 농민]
거의 수확 못 했다고 봐야 해요. 한 90% 손해 보고 지금 이거 10% 정도 수확했어요

침수됐던 배추는 뿌리가 썩거나 덜 자랐습니다.

[배추 재배 농민]
상품성이 없는 배추에요. 우리가 아무리 비료 주고 약 주고 관리를 하려고 해도 (속이) 아예 안 차는 배추입니다

추수를 앞둔 논에도 강물이 덮쳤습니다.

애써 키운 벼는 모두 쓰러져 흙에 파묻혔습니다.

힘들게 일군 논은 갯벌처럼 변했습니다.

물 빠진 논 위에 진흙이 60센티미터 높이로 쌓이는 바람에 다시 논을 일구기도 어렵습니다.

논밭에 쌓인 흙과 나무를 치워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청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영덕군청 관계자]
어느 농가에 지원이 되고 어느 농가에 지원이 안 되면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내부 검토 중이고 일단 쉽게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니에요

영덕군의 또 다른 마을.

[방풍 재배 농민]
물이 어디까지 찼냐면 하우스 여기까지 물이 다 찬 거예요. 이 선 있죠

농기계도 모두 잠겼고 주력 작물로 키우던 방풍 나물은 뿌리부터 썩었습니다.

[방풍 재배 농민]
해방풍이 주력상품이었는데, 지금 저희가 4천 평되는 밭을 다 갈아엎었어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앞이 캄캄할 정도예요

강원도 삼척시의 한 어촌 마을. 주택 백여 채 중 절반 이상이 침수되거나 파손됐습니다.

산 바로 밑에 있던 주택 여덟 채는 침수피해가 심각해 모두 철거했습니다.

수십 년 살아온 보금자리를 한 순간에 잃은 주민들.

[삼척시 이재민]
흙집이다 보니까 (벽이) 물을 먹어서 계속 내려앉고 있어요. 흙이

50년 살아온 집이 사라졌습니다.

[삼척시 이재민]
여기가 마당. 집터는 저기 아무것도 없어요. 근데 여기만 나와 보면 마음이 아파

태풍이 지나간 뒤, 깊은 상처만 남았습니다.

이재민들은 급하게 준비한 조립식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안내 방송]
옷가지를 보내오셨으니 골라가시기 바랍니다

간신히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은 옷 한 벌이 아쉽습니다.

[삼척시 이재민]
집도 절도 없는데 옷도 다 얻어 입고 있어요

조립식 주택에서 보내야할 겨울은 더 큰 걱정입니다.

한 가구에 제공된 임시 주택은 24제곱미터 크기의 공간.

[삼척시 이재민]
너무 좁지 않아요?

[피디]
좁죠

[삼척시 이재민]
좁죠. 이러니까 모든 게 너무 불편하다고요. 지금

주택이 모두 부서진 경우 1천 3백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삼척시 이재민]
1천 3백만 원 가지고 어떻게 집을 짓겠어요. 조그마한 창고 하나도 천만 원이 넘어가는데 이거로 어떻게 집을 짓겠냐고요

[삼척시청 관계자]
내년쯤 국비가 지원되는 게 확인이 되면 더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민들도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망이 많이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피해 어민]
제일 급한 게 어망이죠 어망이 다 손실돼 버리니까 당장 조업할 수 있는 도구가 없는 거예요. 어망이

태풍이 지나간 지 벌써 두 달 넘게 지났고,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민들은 아직도 태풍 피해 한 가운데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김진이 간다, 김진입니다.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