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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이간다]졸업생보다 더 슬픈 화훼농가
2020-02-11 20:06 뉴스A

예쁜 꽃다발 사들고 오신 부모님과 교실 앞에서 찍는 졸업식 사진.

생각만해도 가슴 찡한 추억이죠.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이 졸업식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졸업식장의 눈물은 사라지는 대신 화훼농가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김진이간다, 김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진]
원래는 이맘때면 졸업식이 한창일 때입니다. ‘졸업식’ 하면, 예쁜 꽃을 들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축하해주는 모습이 익숙한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전국 상당수의 학교가 졸업식을 축소하거나 아예 취소하는 바람에 화훼농가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을 놓쳐서 울상인 농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졸업식장 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풍경이 사뭇 다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우려해 '가족들은 참석을 자제해 달라는 학교측의 요청 탓에, 학부모들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학교에 온 학부모들은, 교실까진 못들어 가고 운동장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최유정 / 학생]
부모님이 안 오셔서 (꽃다발) 못 받았어요.

손님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꽃 판매상들은 일단 교문앞에 나와 봤습니다.

[꽃 노점상인]
너무 장사가 힘드니까 (다른 상인들이) 안 오셨어요. 다른 때 같으면 저 아래까지 가거든요.

졸업식이 끝나가는 시간. 3만원이던 꽃다발 값을 만원으로 내렸습니다.

[꽃 노점상인]
만 원이에요. 만 원.

안팔린 꽃들을 챙겨 그냥 철수해야 될 신셉니다.

[꽃 노점상인]
1월에는 괜찮았어요. 코로나 생기면서 바로 10분의 1로 줄었다니까요. 작년 매출보다. 작년에 여기 생화 뭐 40개 갖고 왔었는데 (올해는) 20개 갖고 왔어요. 근데 지금 다 남아 있어요.

학교 인근 꽃집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행사용 꽃 예약이 줄줄이 취소돼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꽃집 주인]
원래 오늘 꽃다발이 예약이 좀 있었어요. 근데 그게 다 취소됐어. (학교에서 졸업식에) 학부형들 오지 말라 그러니까 그게 취소가 되고

꽃 경매장에도 찬바람이 붑니다.

일주일에 세 번 열리는 경매. 보통은 네 시간 이상 진행되는데, 요즘은 두 시간이면 끝납니다.

지난해 졸업 시즌 장미 10송이 경매가격은 만 2천 원 정도, 올해는 절반도 안되는 4천 5백 원 정도에 낙찰됩니다.

[김병찬/ aT 화훼경매사]
(장미 가격이) 평균 만 원 이상이었는데 (요즘처럼) 가장 중요할 때에 평균 가격이 4~5천 원입니다.

유찰률이 늘고, 가격이 떨어지자 경매장측은 농민들에게 출하를 늦추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이라고 합니다.

[꽃 중도매인]
내가 장사 한 40년 했지만 이런 거는 처음 봐. 장기적으로 가면은 화훼농가가 무척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아요. 먹는 것도 아니고 2-3일 지나면 못 쓰잖아요.

화훼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월은 한 해 매출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특수 시즌이지만, 그런 기대는 물거품이 됐습니다.

농장 앞 공터, 아름다운 장미꽃들은 그냥 버려져 얼어버렸습니다.

[피디]
이게 언제 폐기된 거예요?

[탁석오 / 장미재배 농민]
지난 월요일부터. 졸업 축하장에 다 갔어야 할 꽃들인데 (경매에서) 유찰돼서 그냥 폐기 처분한 거죠, 퇴비장에다.

수개월 정성들여 키운 꽃들인데.

[탁석오 / 장미재배 농민]
안 팔리니까. 뭐 버릴 수밖에 더 있습니까? 안 팔리고 그냥 쳐지니까 갖다가 폐기를 하고 슬픈 일이지만.

인근의 또 다른 농가도, 인건비와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영오 / 장미재배 농민]
등 하나하나가 다 전기가 나오는 등인데 이런 거로 온도를 잡는데 현실은 솔직히 전기세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 됐어요. 2천 평(6,611㎡) 기준으로 한 달에 전기세로 한 8백만 원에서 1천만 원 정도 (나와요)

빚을 내서 이 겨울을 버틸 생각입니다.

[김영오 / 장미재배 농민]
이번 사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에요. 솔직히 저는 대출 신청해놨어요.

정부와 지자체들은 화훼농민들을 위해, 꽃 선물 보내기 운동 등 소비 촉진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농민들과 꽃 상인들이 하루 빨리 웃음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김진이 간다의 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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