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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장관 실언에 의료계 격앙…방호복·고글도 불량
2020-03-13 19:39 사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 모습입니다.

방호복에 맞는 방호용 덧신이 없어서 비닐로 묶고 있거나 머리에 쓰는 헤어캡을 발에 신고 있습니다.

물품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의료진들, 어제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 발언에 격앙돼 있습니다.

[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어제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의료계에서 (마스크가) 부족하진 않습니다. 본인들이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건 사실입니다."

'마스크 망언'이라고 비판하는 의료계의 목소리와 대구 현장의 실상을

이지운, 김태영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의원들의 질타에 박능후 장관은 도리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어제,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현장은 제가 더 많이 다닙니다. 한두 마디 말씀을 듣고 마치 전체 방역체계에서 방호복이 부족하단 것처럼 말씀하시면…"

그런데 의료계에선 장관이 현실을 모른다는 비판이 터져나왔습니다.

일회용 마스크에 의료진의 이름을 적어 사흘씩 착용하고, 방호복 덧신이 부족해 헤어캡과 비닐로 신발을 감싼 사진도 공개됐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
"덴탈(치과용) 마스크도 없어서 일주일에 한 장 받고 있거든요. 정말 어이가 없다… 화나지도 않고 어이가 없는 그런 상황이에요."

전국의사총연합은 "무능한 거짓말쟁이 장관의 즉각적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도 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했습니다.

[심재철 /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하는 의료진을 향해 복지부 장관이 막말한 것입니다.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박 장관의 발언 실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지난달 26일)]
"우리 한국인들이 중국에서 들어오면서 감염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50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날엔 방역 역량을 자화자찬하기도 했습니다.

[박능후 / 보건복지부 장관(지난 8일)]
"우리나라 대응이 다른 나라의 모범사례이자 세계적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방역 책임자가 오히려 현장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이지운입니다.

easy@donga.com
영상취재: 김영수
영상편집: 오성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 동산병원 물류창고입니다.

방호복과 마스크 같은 의료장비가 담긴 상자가 있습니다.

방호복은 6980벌이 있습니다.

많이 쌓아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절반이 넘는 3700벌은 산업용입니다.

[현장음]
"(병원에서) 못 쓰는 옷도 많아요. 산업용이 많아서."

의료용은 소매 끝이 길지만 산업용은 짧아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지퍼 빈틈을 막는 양면테이프도 의료용에만 있습니다.

의료진 260명이 하루에 쓰는 방호복은 500벌인데, 의료용은 일주일 치만 남아 있습니다. 밀려드는 환자를 감안하면 재고가 줄수록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동산병원 물류담당자]
"좋은 거 드리고 싶은데 재고가 못쓰는 게 있다 보니까"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직원들은 방호복을 엄두도 못냅니다.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얇은 비닐 우의를 입은 채 폐기물을 운반하고 있습니다.

고글 상태도 제각각입니다.

민간기업이 후원한 고글은 부드러운 재질로 돼 있어 얼굴에 착 달라붙고 편합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지급한 고글은 심하게 구겨져 쓸 때마다 고역입니다.

[현장음]
"이거 안 붙이면 너무 아픕니다."

동산병원 고글 4,180개 중에 이렇게 사용하기 힘든 고글이 절반입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은 이런 고글도 감수해야 합니다.

"선별진료소 의료진들이 쓰는 고글입니다. 저도 한 시간 정도 써보겠습니다."

고글을 벗자 이마에 자국이 선명합니다.

의료진들은 휴지나 솜을 덧대지만, 불편함은 가시지 않습니다.

[선별진료소 봉사자]
"고글 자체가 불량이 많다 보니까 눌려가지고 하다 보면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두통이 와요."

의료진과 봉사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채널 A 뉴스 김태영입니다.

live@donga.com
영상취재: 박영래
영상편집: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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