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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때문에 열어 놓은 배수로…최전방 철책도 뚫렸다?
2020-07-27 19:32 뉴스A

북으로 넘어가는 게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지역의 배수로로 건너갔다는데 구체적인 경로를 외교안보국제부 김민지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Q1. 김 기자, 이 곳은 최전방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쉽게 월북할 수 있었던 건가요?

김 씨는 지난 18일 새벽 2시 20분쯤, 택시를 타고 인천 강화도 월곳리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고려시대 문화재인 '연미정'이라는 정자 근처로 이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철책이 처져 있어 바로 강가로 갈 수 없는데요.

그래서 김 씨는 철책 아래에 있는 배수로를 이용해 월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배수로는 일기 예보를 보고 미리 수문을 열어 놓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월북하기 바로 다음날은 강화도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습니다.

[연미정 문화재 관리 관계자] 
"(일기예보 보고) 비 많이 오기 전에 열어놔요. 미리 물을 빼놓죠. 비 많이 오면 많이 올 때 열 수 없잖아요. 물 많이 차면 논밭이 다 잠기니까 미리 빼는 거죠. 물을. (수문 개방은) 군에서 지정한 사람들이 있어요. 열라고 하는 사람들이요. 그건 그 지정한 곳에서 이야기해서 미리미리 열고 그러죠."

김 씨는 월북 전날도 이곳을 답사했던 만큼 이 배수로의 위치와 거리, 물때 등을 고려해 최적의 시간을 고른 것으로 보입니다.

Q2. 그런데 이 배수로로 나가면 바로 북한으로 갈 수 있는 겁니까?

강화도 접경지역은 군의 삼엄한 경계와 최첨단 경비 장비가 설치돼 있는 곳입니다.

이중 철책이 쳐 있고 이 철책은 절단되면 경보음이 울리는 과학화 경계시스템과 TOD라 불리는 열상 감시 장비도 설치돼 있는데요.

문제는 땅 밑을 통해서 갈 경우 포착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보시면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하면 바로 한강을 만날 수 있는데요.

강화도 일대 남북 간 강폭은 최소 1.3~4km 정도 됩니다.

또 유속에 떠밀려 간다면, 직선거리가 아니더라도 2~3시간 정도면 북한 땅에 닿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Q3. 치밀한 탈북자에 무방비로 당한 꼴인데요. 남한으로 넘어올 때도 이 경로를 이용했다죠?

김 씨는 3년 전 탈북 경험을 한 달 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강 하구 북단에서 헤엄쳐서 김포 애기봉 앞 유도란 무인도를 지나 7시간여 만에 교동 대교를 통해 육지에 올라왔는데 이땐 페트병이나 스티로폼 등을 차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배수로에서 발견된 김 씨의 가방에서 물안경도 함께 나왔는데요.

군 관계자는 이번에는 스노쿨 같은 더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보다 쉽게 월북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Q4. 군의 경계태세가 걱정입니다. 동해, 서해에 이어 이번엔 최전방 북단까지 뚫린 데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에요.

동해 삼척항의 북한 목선 입항 사건, 충남 태안의 중국인 고무보트 밀입국 사건, 그리고 이번 일까지 1년 새 벌써 3차롑니다. 

군은 삼척과 태안 때는 낡은 장비 탓을 했는데 첨단 장비가 설치된 이번에는 장비 탓도 어렵습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이미 삼척항 사건 때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재발을 막겠다고 했지만 모두 무용지물이 된 셈인데요, 벌써 국방부 장관 교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땜질식 처방 말고 무엇이 문제인지 꼼꼼히 따져야겠습니다.

지금까지 김민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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